작년 글로벌 TV 시장 3.4% 감소…수요 부진 속 삼성전자 1위 수성
올해 대형 스포츠·쇼핑 이벤트에도 드라마틱한 TV 판매 낙관 어려워
프리미엄 성장세는 지속…삼성 ‘거거익선·AI’ 내세워 판매 드라이브
삼성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를 달성, 18년 연속 1위 타이틀을 이어갔다. 시황을 잘 타지 않는 초대형·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2020년(31.9%) 이후 3년 만에 점유율 30%도 넘어섰다.
올해 글로벌 TV 시장은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중국업체들의 추격으로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프리미엄 제품인 Neo QLED·QLED·OLED 라인업 확대, 차세대 AI 프로세서 등으로 소비자 수요를 새롭게 공략, 19년 연속 1위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20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은 990억5100만 달러(약 132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와 견줘 3.4% 감소했다. 대수로는 2억140만대로 전년 대비 0.9% 줄었다.
TV 시장이 역성장한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원자재·에너지 공급 불안,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실질 소득 감소 등에 두루 기인한다.
글로벌 수요 위축 속에서도 삼성전자는 작년 점유율(금액 기준) 30.1%를 달성, 2020년 이후 3년 만에 점유율 30%를 다시 넘어섰다. TV 시장은 쪼그라들었지만 초대형·프리미엄 제품 판매는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결과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2500 달러(약 33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60.5%(매출 기준)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022년(48.3%)과 견줘 12.2%p나 늘어난 수치다.
초대형 시장에서도 30%를 웃도는 점유율을 나타냈다. 75형 이상 초대형에서 삼성전자는 33.9%(매출 기준) 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네오 QLED 라인업 중 가장 큰 사이즈인 98인치 판매 호조로 90형 이상 초대형 시장 점유율은 30.4%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TV 라인업은 크게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OLED, QLED 등으로 나뉜다. QLED는 프리미엄급 LCD 패널를 개선한 제품으로, 이를 한 단계 진화시킨 것이 네오(Neo) QLED TV다. 삼성전자는 네오 QLED를 TV 라인업 최상단에 배치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네오 QLED를 앞세워 831만대 가량의 QLED 제품을 판매했다. 2017년 첫 출시된 QLED TV는 작년까지 누적 4400만대가 팔리며 삼성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재출시한 OLED TV 역시 100만대를 팔아치우며 2022년 연간 판매량(35만대)을 넘어섰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22.7%로 LG전자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올해는 7~8월 파리 올림픽을 비롯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시즌 등 대형 스포츠·쇼핑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는 만큼 수요만 받춰준다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점유율 30%를 넘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98형 초대형 TV, 마이크로 LED TV, 세계 최초 대형 OLED 게이밍 모니터 등 혁신 제품으로 프리미엄 시장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OLED·LCD 물량 확대로 19년 연속 TV 1위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DSCC 등 시장분석기관 등에 따르면 최근 양사는 LCD 및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장기 공급 계약에 합의했다. 삼성전자는 55인치, 65인치, 77인치, 83인치 등 4개 OLED TV 라인업을 두고 있는데 올해는 83인치 외에 42인치, 48인치를 추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40인치~80인치를 아우르는 OLED TV를 시장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DSCC는 앞으로 5년간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로부터 500만대의 OLED 패널을 공급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TV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액정표시장치)에서도 공급량을 늘린다. DSCC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공급한 LCD 패널 공급량을 300만대 정도로 추산했으며, 올해는 500~600만대를 공급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그간 중국 업체인 BOE의 LCD 제품을 많이 가져다썼지만 지난해부터 양사간 소송 문제가 불거지자, LG디스플레이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이 19년 연속 1위 타이틀을 거머쥐려면 수요 회복과 더불어 경쟁사들을 뿌리칠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중국 TCL, 하이센스 등 3~4위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점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이들은 LCD TV를 중심으로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LG전자, 일본 소니의 작년 매출 기준 점유율은 전년과 견줘 0.4p, 1.9%p 각각 감소한 반면 이들 중국업체는 1.3%p, 0.6%p 증가했다. 특히 TCL은 두 자릿수(10.7%)의 점유율 기록하며 삼성과 LG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중국의 경기 부양 효과가 지난해처럼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나지 못하면 수익 제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IT 경기 회복에 힘입어 관련 품목 수출과 무역수지는 개선되나, 대중국 비IT 수출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1월 31일 가진 2023년 4분기 실적설명회에서 “QLED, OLED 및 75인치 이상 대형 같은 프리미엄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며 “차세대 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를 바탕으로 일상 속 초연결 경험과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AI 스크린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옴디아는 글로벌 TV 출하량이 2020 2억2535만대로 정점을 찍었던 2023년까지 감소세가 지속됐지만 올해에는 2억942만대를 기록, 4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드라마틱한 성장세는 아니지만, 올해 마이너스 성장 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TV 출하량이 3540만대로 작년(3670만대) 보다 130만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LCD TV 출하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3800만대를 예상하면서도 프리미엄 효과로 ASP(평균판매단가)는 622.7 달러를 기록, 지난해(619.13 달러)보다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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