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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5조 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삼성전자(005930) 반도체(DS) 부문이 기술의 기초가 되는 연구개발(R&D) 분야부터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몸집이 커진 연구 조직을 재정비해 효율성을 끌어올려 ‘초격차’ 기술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전략에서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DS 부문 내 설비기술연구소의 기획·인사 담당 임직원을 DS 부문 내 또 다른 R&D 조직인 반도체연구소로 편입시켰다.
설기연은 삼성 반도체 생산 라인 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R&D를 담당하는 곳으로 2011년 전사 연구 조직에서 DS 부문으로 편입된 곳이다. 사실상 DS 부문 내에서 2개 축으로 움직이던 R&D 조직의 지원(백오피스) 기능을 하나로 일원화한 셈이다.
현재 반도체연구소와 설기연은 DS 부문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 산하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두 연구소 모두 덩치가 커져 조직이 지나치게 세분화됐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조직과 인원이 방대해지다 보니 서로의 연구 현황을 공유하기 점점 힘들어지고 성과를 하나로 통합하기도 어려워 R&D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에 따라 삼성 반도체 R&D의 3대 축인 ‘반도체연구소-설기연-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간 연구 공유와 소통이 조금 더 유기적으로 이뤄져 초격차 기술 확보가 더욱 수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한편 최근 R&D 조직 개편과 함께 세계 각지에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위한 연구 진용을 새롭게 갖췄다. DS 부문은 한국에서 소재부품센터와 차세대공정개발실을 신설했고 미국과 인도에는 각각 3D D램·SSD 연구팀 등을 새롭게 꾸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의 개편에 대해 “회사 내 조직과 인사 변화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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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유례없는 불황으로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연매출의 10.9%에 달하는 28조 3400억 원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했다. 앞선 2년의 기간에도 삼성전자는 전체 매출액의 8% 정도를 R&D에 쓴 것에 비하면 3%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선단 공정 초격차를 유지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감으로 불황에도 R&D 금액을 올린 것이다.
다만 삼성이 매출 대비 R&D 비율을 꾸준히 높이면서 양적 확장은 하고 있지만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의 R&D 지출이 커지는 것과 비례해 인력과 조직도 함께 덩치가 커지면서 칸막이 현상이 나타나는 등 비효율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낸 대표적인 대책이 지난해 말 조직 개편 때 단행한 반도체연구소·설비기술연구소 간의 R&D 조직 일원화 작업이다.
설비기술연구소는 DS부문 내에서 반도체 라인에 투입되는 소재·부품·장비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곳인데 회사 내 최대 반도체 R&D 조직인 삼성반도체연구소와 현황을 공유하기 힘든 시스템이 유지되면서 연구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개의 연구 부서 안에 인원이 필요 이상으로 배치돼 있는 것도 문제점이지만 조직 간 소통 부재로 연구 성과를 통합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를 인식한 삼성전자 경영진은 조직 개편을 통해 인재들을 어떤 조직에 어떻게 배치해 성과를 도출할지를 인적 자원 측면에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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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개편뿐 아니라 연구 효율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 변화에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말부터 삼성전자 반도체의 ‘모태’인 기흥 사업장 안에 새로운 반도체 R&D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2025년 첫 가동이 목표인 이 센터에는 2028년까지 20조 원을 투입한다.
신규 연구소 설립은 삼성전자 R&D 엔지니어들이 새롭게 개발한 공정의 성능을 직접 확인하는 시간이 대폭 개선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반도체연구소는 회사의 급속한 성장과 우수 인력 증가 폭에 비해 R&D 인프라가 갖춰지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한된 공간으로 인해 삼성 R&D 엔지니어들에게 배정되는 실험용 웨이퍼 수가 크게 줄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신규 R&D 센터에서 임직원들이 마음껏 반도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 지역에 반도체 연구 거점을 설립하는 움직임도 필요한 연구를 적재적소로 해결하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R&D 조직을 신설한다. ‘솔루션프로덕트디벨롭먼트(PD)’ 그룹이 그것인데, 이 조직은 SSD 제품의 하드웨어 설계를 비롯해 전력·성능 최적화에 관련한 연구를 담당할 예정이다.
일본 요코하마에도 400억 엔(약 3600억 원) 규모의 R&D 거점을 마련한다. 삼성전자는 이 거점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등과 협력해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용 반도체 등의 후공정 기술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미주총괄(DSA)에는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3D D램 연구 조직도 신설했다. 신설 조직의 공통점은 각 지역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로 일본은 세계적인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몰려 있는 곳이어서 현지 회사와의 협력·전문가 영입이 용이하다. 인도와 미국은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들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 기술이 촌각을 다투는 만큼 기술 개발에 드는 물리적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는 것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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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삼성전자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반도체 라이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지난해 인텔은 총 연매출의 29.5%를 R&D에 쏟아부었다. TSMC는 전체 매출의 11.8%를 R&D에 투자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격차 유지나 핵심 고객사 이탈을 막기 위해서 삼성전자가 R&D 투자 증액에 고삐를 늦추지 않고 더욱 공격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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