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1조4000억 넘게 불어
길어지는 고금리 충격파 누적
금융당국 압박까지 부담 가중
국내 4대 은행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새로 쌓은 충당금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1조4000억원 넘게 불어나면서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충격파가 누적되면서 리스크 비용이 계속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더욱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으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은행권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총 4조30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0%(1조4370억원) 늘었다. 신용손실충당금은 금융사가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충당해 둔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이 쌓은 신용손실충당금이 1조608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43.4%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9793억원으로, 신한은행은 8733억원으로 각각 113.4%와 42.6%씩 해당 금액이 증가했다. 하나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도 8478억원으로 24.9% 늘었다.
은행권의 충당금이 몸집을 불린 배경에는 치솟은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금융사의 여신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확대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 비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적립토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확충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향후 은행의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을 적립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대손충당금과 대손적립금은 은행이 손실에 대비하는 핵심 수단이다. 우선 은행들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자체 평가를 통해 이익의 일부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아 둔다. 그런데 만약 해당 충당금이 은행업 감독 규정에 명시된 대손충당금보다 적으면 모자란 만큼을 대손준비금으로 적립하게 된다.
또 금융위는 각 은행이 충당금 산정에 활용하는 자체 시나리오의 적정성도 검증하기로 했다. 현재 은행들은 각자의 예상손실 전망 모형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손실을 추정,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예상손실 전망 모형에 따른 충당금 적립의 적정성을 점검해 그 결과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이를 토대로 예상되는 손실을 은행이 적절히 측정했는지 등을 확인해 개선 요구 등의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올해도 대출의 질 악화와 그에 따른 은행들의 충당금 확대가 예상된다”며 “고금리에 따른 충격이 금융사로 서서히 전이되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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