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건설시장 침체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업계를 향한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태영건설을 비롯한 국내 일부 건설사들이 자산매각, 계열사 지원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급한 불 끄자’…유동성 확보 나서는 건설사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경우 블루원과 SBS미디어넷 등 계열사를 활용한 자산 유동화와 추가 담보대출 등을 통해 약 2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오는 4월 기업개선계획 의결을 위한 채권단협의회 전까지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달 중으로 계열사 블루원이 보유한 용인CC와 상주CC 골프장 유동화를 통해 13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주사 티와이홀딩스가 보유 중인 SBS미디어넷의 지분을 담보로 한 추가 대출도 진행 중이다.
태영건설의 PF 사업장별 대주단도 협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운용 자금 미스매칭’에 대비한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추진한다. 골프장, 호텔 등 각종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채권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원 이유다.
4000억원 지원안은 산은이 우선 지원하고 추후에 발생하는 손실은 채권단이 비율에 따라 책임지는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 성격이다. 대신 산은은 4000억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티와이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넷 주식을 담보로 잡는다. 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과 윤세영 명예회장이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주식도 담보로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도 그룹사 롯데케미칼의 힘을 빌려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지난 7일 롯데케미칼의 신용보증에 기대 2000억원의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 조사를 진행한 결과, 3440억원이 몰리면서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롯데건설은 금융사와 롯데 그룹사가 함께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를 통해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은행권이 1조2000억원, 증권사가 4000억원, 롯데 계열사 7000억원으로 각각 출자한다. 유치한 자금은 PF 우발 채무 상환 등에 쓰일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마트가 최대 주주인 신세계건설도 레저사업 부문(자유CC, 트리니티클럽, 아쿠아필드 등)을 계열사인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했다.
신세계건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레저산업 부문 매각을 통해 선제적인 추가 유동성 확보로 재무 구조가 대폭 개선될 예정”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본업인 건설업 분야에서 체질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사업 조정을 통해 건설은 재무 구조를 대폭 개선하고 호텔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필요시 그룹 차원의 다각적인 추가 지원도 검토할 방침이다.
이로써 신세계건설은 부채비율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레저사업 부문 매각으로 약 300억원의 자본이 늘어나고, 부채로 인식되는 약 2700억원 규모의 골프장 회원 입회금도 소멸하기 때문. 지난해 말 신세계건설의 부채비율은 953%로, 이번 레저사업 매각 및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이 반영되면 400%대까지 줄어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계열 지원, 자산 매각…근본 해결책 돼줄까
이 같은 건설사들의 행보는 부동산 경기 침체 및 미분양 물량에 따른 부담과 유동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또 현재의 불안한 주택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계열지원, 자산매각 등의 비영업적 요소가 단기 유동성 리스크 완화책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지난 2일 발표한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리포트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의 현재 대구 지역 프로젝트 규모는 6291억원으로, 이중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빌리브 헤리티지 △빌리브 루센트 △빌리브 라디체)의 도급액 합산은 3300억원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세 프로젝트에 대해 반영한 대손은 365억원이다. 분양 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 추가적인 대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현 한기평 연구원은 “비영업적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계열의 지원 수준이 신세계건설 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신세계 그룹의 지원 여력이 과거 대비 약화하고 있지만, 신세계 건설에 대한 계열의 지원 의지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유동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영건설은 60개 PF 사업장 중 1개 사업장을 제외한 59개 사업장을 처리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특히 지난 11일까지 처리 방안을 확정해 산은에 제출해야 했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오는 26일로 제출 기한을 미뤘다. 미뤄진 시한을 지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 워크아웃 절차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잇따른 건설사들의 유동성 우려에 한기평은 “PF 관련한 유동성에 대해서는 계열지원, 자산매각 등 비영업적 요소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며 “현재의 주택 경기 상황에서 영업적 요소, 즉 분양률 제고를 통해 유동성 리스크를 완화시킬 수 있는 업체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롯데건설과 태영건설의 방향성이 현재와 같이 달라진 이유는 건설사업에 대한 계열 차원의 적극적 지원 여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자구 계획 중 계열사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도 및 폐업 처리되는 국내 건설사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도 처리된 건설업체는 총 5개 사로, 전부 지방 소재 전문건설업체였다. 올들어 지난 18일까지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을 합한 폐업 신고 건수도 565건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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