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증시가 1989년 말 ‘거품 경제’ 당시 역대 최고치 경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중동 국부펀드가 큰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중동의 국부펀드들이 미국 등 기존에 투자를 많이 했던 선진 증시 이외에 일본·한국·호주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증시의 급격한 상승으로 추가 상승에 대한 신중한 견해가 제기되고 있지만 일본의 반도체 관련 종목 등을 쓸어담는 오일머니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19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역사상 최고치인 3만 8957.44 돌파를 눈앞에 앞두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04% 하락한 3만 8470.38에 거래를 마쳤다. 역대 최고치 경신까지 487.06포인트(1.25%)만을 남겨두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엔화 약세로 수출기업의 실적 호조가 예상되면서 자산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며 “중국의 시장 지배력과 일본의 주주 친화적 문화 사이에 대조가 커지면서 중국에서도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현지 매체들은 중동의 ‘오일머니’의 영향력에 주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도쿄 주식시장에서 특정 대형주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는데 ‘석유(오일) 파이브’라고 불리는 걸프 국가들의 정부계 펀드가 매수 주체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오일 파이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IF),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투자청(ADIA)·무바달라·아부다비국영지주회사(ADQ), 카타르투자청(QIA)으로 구성된 중동의 국부펀드들을 일컫는다. 지난해 823억 달러(약 109조 8787억 원)를 출자하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FTSE 샤리아 일본 100지수’가 대형주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전했다. 해당 지수는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준수하는 일본 기업으로 구성돼 중동 자금이 투자 대상으로 삼는 지수다. 글로벌 지수제공 업체 FTSE러셀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도쿄일렉트론(비중 4.6%), 신에쓰화학공업(4.3%), 히타치제작소(3.9%), 미쓰이물산(3.4%), 미쓰비시 상사(3.3%) 순으로 종목을 편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중동 자금들이 일본 투자를 늘리고 있는 데 주목했다. 지난해의 경우 일본에 대한 중동 투자는 63%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영국 등에 대한 투자를 줄인 것과는 대조된다는 것이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현지 매체의 분석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