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의 정원을 2000명 확대한다고 발표하자, 부동산업계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의대 정원 확대가 신학기 수요와 맞물려 전세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치동과 목동 등 서울의 대표 학군 뿐만이 아니다. 지역인재 중심으로 의대 정원이 늘어날 계획이라 향후 지방 학군지의 전셋값을 밀어올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에 전국의 학군지가 주목받고 있다. 강남·서초구 학군지와 양천구 목동 등에서는 신학기 수요와 맞물려 전셋값이 한층 높아졌다. 서초구 반포동의 신축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6층)는 지난달 10일 20억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2월 26일에도 같은 평형(12층)이 20억원에 전세 세입자를 찾았다. 가장 최근 전세 거래는 지난달 20일로 같은 평형(11층)이 19억원에 계약됐다.
인근의 래미안퍼스티지 역시 전세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용 84㎡는 2022년 12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달 15일에는 같은 평형(23층)이 16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일대에서는 신학기 수요와 함께 의대 정원확대에 관한 논의가 전개되면서 전세가격을 더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반포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이 일대는 원래 의대를 보내기 위해 재수, 삼수도 불사하던 곳”이라면서 “교육수요를 반영해 최근에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했다.
대치동의 전세시장을 이끌고 있는 은마아파트에서도 다수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1월에만 54건, 12월에는 79건의 전월세계약이 체결되면서 매물이 일단은 소진됐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월세가 200만원을 훌쩍 넘어 체결되는 거래가 늘었다. 가장 최근인 이달 7일에는 전용 84㎡(3층)가 보증금 250만원에 월세 250만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 다만 은마의 경우 준공이 1979년에 된 46년차 노후 아파트로 수리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은마상가의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매물이 쌓여있었는데 이제는 골라갈 수는 없을 정도로 계약이 많이 됐다”면서 “수리 상태에 따라 6억원대부터 가격은 천차만별”이라고 했다.
대치동 일대 학원가에는 전국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여드는 만큼 의대 정원 확대를 노린 수요로 전월세 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입시설명회를 진행한 한 대형학원의 강사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4~5년 전 학원을 다녔던 학생들까지 연락이 왔다”면서 “아깝게 의대를 놓친 상위권 학생들이 다시 한번 용기 내서 도전할 것 같다”고 했다.
목동에서도 대형평형의 전세가격이 20억원을 찍었다. 목동 학원가에 인접한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54㎡(13층)는 지난해 12월 20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같은 평형(35층)이 지난해 11월 15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새 5억원 오른 셈이다. 목동 ‘트라팰리스이스턴에비뉴’ 전용 161㎡(38층)도 지난달 4일 20억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치동으로 모여드는 수요는 비아파트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지역에서 서울 대치동으로 올라오는 학생들은 옵션이 갖춰진 오피스텔, 원·투룸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에서는 지방 학군지의 전세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3058명인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대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이를 지역인재를 중심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다. 정부는 지역 의대 26곳의 지역인재전형 선발 비율을 60% 이상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에 의대 상당수가 있는 광역시의 전세가격이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의 해운대와 수영구 남천동, 동래구 사직동 등과 대구 수성구 등이 대표적이다.
박합수 건국대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2000명을 전국으로 배분하면 몇 백 명 수준에 그치겠지만 지방은 몇 십 건의 거래로도 방향성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지방 의대가 있는 지역 대도시 위주로 지역마다 차별화될 수 있다”고 했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부산에 의대가 여러 곳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300명 정도 늘어나지 않겠냐”면서 “지역 대표 학군지 중심으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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