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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도, 동학개미도 ‘엔비디아’만 본다…D-day는 ‘21일’ [이슈크래커]

이투데이 조회수  

엔비디아 로고가 표시된 스마트폰 화면이 컴퓨터 마더보드 위에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주 미국 증시의 주인공은 정해져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 엔비디아가 2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죠.

반도체 칩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주가지수 강세를 이끌어온 장본인입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AI 열풍에 힘입어 지난 12개월 동안 250%가량 올랐고, 올해 들어서만 50%가량 올랐습니다. 시가총액도 1조7940억 달러까지 불리면서 미국에서 세 번째로 시총이 큰 기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하며 시총 1위 기업으로 오르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AI 열풍이 엔비디아까지 시총 3위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이에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이 같은 열풍이 지속될 것인지, 혹은 제동이 걸릴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도 온통 엔비디아가 실적을 내놓는 21일에 쏠려 있는데요. 이들의 기대처럼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지 주목됩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AP/뉴시스)

엔비디아, 어떤 기업?…독보적 AI 생태계 구축

엔비디아는 최근 뉴욕증시를 지배하는 AI 반도체 대장주입니다. 엔비디아가 투자한 회사나 협력업체의 주가까지 대거 폭등하는 등 ‘테마주’까지 형성된 분위기인데요. 이는 엔비디아가 세계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가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치까지 높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AMD에서 반도체 디자이너로 일하던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이 1993년 그래픽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 커티스 프리엠, 전자기술 전문가 크리스 말라초스키와 함께 공동 창업한 회사입니다. 게임용 PC에 들어가는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들었는데요. 평소 게임을 즐기던 젠슨 황은 PC 기술 발전과 함께 3차원(3D) 그래픽을 빠른 속도로 처리하는 반도체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997년 ‘NV3’라는 GPU를 출시하면서 입지를 다지기 시작한 엔비디아는 1999년에는 ‘지포스’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포스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 같은 해 나스닥에 상장했죠. 이후 엔비디아는 꾸준히 성장하긴 했으나, 이 때까지만 해도 구글이나 애플, 아마존 같은 빅테크와 비견될 순 없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전성기는 AI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고품질 3D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컴퓨팅 성능과 속도를 크게 끌어올린 GPU가 AI 학습과 운용에 가장 적합한 반도체라는 점이 알려진 건데요. GPU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오던 엔비디아도 ‘대박’을 쳤죠. 엔비디아는 열풍에 힘입어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H100, A100을 출시했는데요. H100의 경우 개당 가격이 무려 3만 달러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주문에서 배송까지 10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리는 등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죠.

엔비디아의 반도체 칩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AI 서비스는 물론이고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추진하는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힙니다. 이에 ‘슈퍼 을(乙)’ 기업이라는 별명도 붙었는데요. AI 반도체 제품 생산을 TSMC, 삼성전자 같은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자에게 맡기기도 하면서 슈퍼 을이자 ‘슈퍼 갑(甲)’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경쟁사들도 앞다퉈 고성능 AI 반도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엔비디아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죠.

또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제작 및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 시스템 구축, AI 서비스 플랫폼과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AI 산업 부문을 수직 계열화하면서 자사만의 생태계를 완성한 겁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마존 이어 구글 알파벳도 제쳤다…개인 투자자 관심 ‘한몸에’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도 가파릅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보다 2.46% 오른 739.0달러에 마감했습니다. 시총은 이날 종가 기준 1조8253억 달러(약 2438조 원)로 미 상장기업 중 MS와 애플에 이어 세 번째로 가치가 큰 기업이 됐습니다. 아마존을 제치고 미국 증시 시총 4위에 오른 지 하루 만에 구글 모회사 알파벳까지 넘어선 겁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세가 전문가의 예측보다 더 가파른 탓에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목표주가를 조정하는 데 애를 먹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무서운 기세로 주가가 올랐지만, 월가에서는 낙관론에 좀 더 힘이 실립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에도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는데요. 12일 멜리우스리서치와 UBS는 엔비디아 목표 주가를 각각 750달러에서 920달러로, 580달러에서 850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13일엔 미즈호가 625달러에서 825달러로, 14일엔 서스퀴하나가 625달러에서 850달러로 주가 목표치를 올려 잡았죠. 이달 초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기존 600달러대에서 각각 750달러, 800달러로 목표 주가를 상향한 바 있습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합한 54명의 월가 애널리스트 중 77.78%에 이르는 42명이 엔비디아에 대해 ‘매수’(Buy)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비중확대’(Overweight)와 ‘보류’(Hold) 의견은 각각 8명, 4명이었고. ‘비중축소’(Underweight)), ‘매도’(Sell) 의견을 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죠.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일제히 엔비디아로 쏠렸습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6조971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습니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2조8611억원을 순매수했지만, 한 달 만에 ‘팔자’로 돌아선 겁니다. 이는 정부가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로 한 가운데,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들이 상승 랠리를 펼치면서 개인 투자자가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개인은 국내 증시를 이탈해 미국 증시로 몰린 모습입니다. 그 중에서도 엔비디아는 이달 들어 16일까지 2억2529만 달러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9~15일)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은 엔비디아로, 순매수 규모는 8930만 달러(1190억 원)입니다.

개미들의 투자심리에 불이 붙은 건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보유주식현황보고서가 공개된 15일에는 사운드하운드 AI, 리커젼 파마슈티컬스, 나노엑스 이미징 등 엔비디아가 투자한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졌다는 게 입증됐고, 매 분기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선보이고 있죠.

반도체 위로 엔비디아 로고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지적도…추가 상승 이어 갈까?

그렇다고 엔비디아 주가에 회의적인 의견이 없는 건 아닙니다. 최근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최대 7조 달러를 조달해 자체적인 AI 반도체를 제조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인텔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자사만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겁니다. 올트먼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그간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자랑하던 엔비디아도 작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 계획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엔비디아로선 그나마 다행인 일이죠. 다만 ‘큰손’ 고객이 이탈하면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분명합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선 것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죠.

일각에서는 엔비디아 주가가 기업 가치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합니다. 6일 CNBC에 따르면 세계적인 석학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교수는 “다른 매그니피센트7(M7) 주식과 비교해 봐도 너무 비싸다”며 엔비디아의 어닝 잠재력과 현금 흐름을 감안했을 때 현재 주가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MS 주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예전에는 좋은 매수 구간이 있었지만, 올해 주가 상승세를 보면 지금은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강조했죠.

이에 증권가에서는 엔비디아의 질주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 실적 가이던스가 추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 된 만큼 추가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이어지죠.

다수의 시장 전문가는 엔비디아가 올해 더 많은 잠재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실적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 분기 매출은 202억 달러, 주당순이익(EPS)은 4.56달러로 추정됩니다. 전년보다 매출은 3.31배, 주당순이익은 5.18배 늘어날 것이라는 의미죠.

다만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투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합니다. 제이크 달러하이드 롱보우 자산운용 CEO는 “시장은 엔비디아를 AI의 왕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엔비디아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크게 넘어서지 않는다면 시간 외 거래에서 20~3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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