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빅테크 업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수익률 상승과 함께 빅테크 ETF에는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영향으로 보인다.
반면 ETF 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저평가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는 저조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에서 저PBR 종목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수익률 상위 10개(1월 2일~2월 16일) 중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업종 ETF는 총 7개로 집계됐다.
이들 ETF 중 한국투자신탁운용 ‘ACE 미국빅테크TOP7 Plus레버리지(합성)’가 31.78% 수익률로 가장 높았다. 해당 상품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빅테크 기업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기초지수(Solactive US BigTech TOP7 Plus PR Index·이하 솔랙티브 빅테크 지수)의 일간 수익률 대비 2배 성과와 연동해 수익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솔랙티브 빅테크 지수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 어도비, 브로드컴 등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 구성된 지수다. 해당 지수는 같은 기간 1만7925.74에서 2만335.84로 13.44% 상승했다.
이는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의 실적 호조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메타는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401억 달러(약 53조5536억원)를, 애플은 같은 기간 2% 증가한 1196억 달러(약 160조원)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엔비디아의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시장 점유율은 80% 수준이다.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03억 달러(약 27조1106억원), 주당 순이익은 4.59달러(약 6129.94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빅테크 관련 ETF 수익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자금도 유입되고 있다. 블룸버그와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국내에 상장한 테크 섹터 ETF에는 7370만 달러(약 984억원)가 유입됐다.
반면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저PBR 종목들로 구성된 ETF는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4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은행, 자동차 기업 등 저PBR 종목으로 구성된 ETF에 자금이 몰렸다. 특히 ARIRANG 고배당주 ETF는 국내 주식 ETF에 유입된 6억7000만 달러(약 8948억원) 중 4000만 달러(534억원)가 유입됐다.
권병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저PBR 관련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ETF 시장에서는 은행, 자동차, 고배당 ETF에서 자금이 유출됐다”며 “(해당 업종) 거래대금 역시 최근 감소하고 있어 저PBR 강세를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재홍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상승을 이끌었던 금융, 지주사 등 상승 폭이 둔화된 가운데 반도체, 이차전지 등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반도체 관련 전반적으로 자금 유입이 활발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저PBR 종목들에 대한 투자가 국내 증시와 ETF 시장에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단연 보유 기간 때문이다. ETF는 장기 투자 상품에 속한다. 특히 자산가치가 높은 저PBR 종목을 담아 놓은 ETF들은 대부분 배당 수익을 겨냥한 상품들로 최소 1년 이상 보유해야 적정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미국 투자자들의 전체 ETF 평균 보유 기간은 278일이다. 인덱스 펀드 투자자들은 3년 이상 보유하기도 한다. 180일 장기 투자하는 ETF 상품 비중도 전체 종목 중 6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의 ETF 보유기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한 달 내외, 길어야 3개월 정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지수나 업종 등락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인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과 한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전체 거래량 중 약 13%가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이지만 한국은 최대 80%에 달한다. ETF에 장기 투자하기보다 단기 투자 상품으로 인식하는 투자자가 대부분인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저PBR 종목들을 담은 ET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마치 테마주처럼 투자에 나서다 보니 시장과 ETF 간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며 “금융당국에서 증시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현재도 저PBR 종목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제 값어치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단기 주가 상승 호재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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