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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방향타 잃은 임종룡號 우리금융… 보험사 실적 좋은데 증권사만 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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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선비즈DB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조선비즈DB

비은행 사업 강화를 위해 최우선 순위로 증권사를 인수하겠다는 우리금융지주의 전략이 적절한지를 두고 금융 시장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사의 실적이 증권사가 아닌 우량 보험사의 보유 여부에 따라 엇갈렸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합병(M&) 시장에는 여러 보험사가 매물로 나와 있는 반면, 증권사는 이렇다 할 인수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고육지책으로 소형 증권사인 한국포스증권의 인수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회사는 펀드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데다, 수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보험에 엇갈린 금융지주 실적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2조51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9% 감소한 규모로 4대 금융지주사 중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아, 주력인 우리은행의 수익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KB금융지주는 전년 대비 11.5% 증가한 4조6319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국내 금융지주사 선두 자리를 지켰다. KB금융은 대형 보험사인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KB손보는 전년 대비 35.1% 증가한 7529억원, KB라이프는 88.7% 급증한 2562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두 보험사의 합산 순이익은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며 지주사 전체의 실적 개선에 큰 힘을 보탰다.

신한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4조3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국내 5대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신한라이프는 5.1% 증가한 47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온라인 손해보험사인 신한EZ손해보험은 78억원의 손실을 냈다. 손보사의 경쟁력이 뒤처진 점이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실적 희비가 엇갈린 데 영향을 미친 셈이다.

보험 계열사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하나금융 역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3.3% 줄어든 3조4516억원에 그쳤다. 하나금융의 경우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계열사로 두고 있지만,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

대형 보험 계열사가 지주사에 ‘효자’ 노릇을 한 반면, 증권 계열사는 오히려 그룹의 발목을 잡은 곳도 있었다. 신한금융 계열의 대형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75.5% 급감한 10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에 속한 하나증권은 2673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여러 증권사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은 국내외 부동산 경기 침체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서 부실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도 경기 둔화가 지속돼 부동산과 기업금융 등 주력 사업에서 업황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사옥 전경. /각 사 제공

◇ 임종룡 회장, 증권사 인수에 사활 걸지만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지금껏 증권사 인수를 우선순위에 둔 M&A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해 8월 한 행사에서 비은행 금융사 인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증권사 인수는 추진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계획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현재 M&A 시장에서 우리금융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만한 매물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이 가장 눈독을 들였던 곳은 유안타증권이었지만, 최대주주 측에서 팔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해 LS그룹이 인수했다.

우리금융은 고심 끝에 최근 한국포스증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포스증권은 온라인 펀드 판매 사업에 주력하고 있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사업 등에서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우리금융의 방향과는 맞지 않는 곳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최근 5년간 계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반면 보험사는 여러 매물이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최근 매각이 추진 중인 롯데손해보험과 이르면 올해 매물로 나올 동양생명의 경우 중대형 회사인 데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어, 지주사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이 막대한 인수 비용 때문에 보험사 인수를 주저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JKL파트너스의 매각 목표액은 2조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롯데손보의 주가도 급등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지주사들은 경기 침체에 대비해 많은 충당금을 쌓고 있어 우리금융이 M&A에 수조원에 자금을 쏟아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보험사 인수전 참여를 두고 고민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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