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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위기감이 짙어지던 지난해 말, 신한금융은 ‘제2의 태영’ 우려가 거론되던 롯데건설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1월 롯데건설이 메리츠금융그룹과 조성한 1조 5000억 원 규모의 펀드가 올 3월 만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신한은행은 롯데 계열사의 의지를 확인한 뒤 선제적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서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정근수 GIB 그룹장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OK’ 사인이 나오자 타 은행과 빠르게 조율에 나섰다.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보이지 않는 지원이 있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롯데건설과 시중은행, 증권업계가 함께 조성한 2조 3000억 원 규모의 PF 유동화증권 매입 펀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처음 내부 보고를 받았을 때는 은행권에서 지원이 가능할까 반신반의 했다가 최근 진 회장에게 감사함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PF펀드에는 신한·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KB·대신·키움증권이 참여한다. 은행이 선순위로 1조 2000억 원을, 증권사들이 중순위로 4000억 원을, 롯데그룹 계열사(롯데정밀화학, 롯데물산, 호텔롯데, 롯데캐피탈)들이 후순위로 7000억 원을 각각 출자한다. 만기는 3년으로 장기화됐고, 금리(선순위 연 8.5%, 중순위 연 8.8%)도 지난 펀드 보다 낮아졌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4실장은 “이번 펀드 조성을 통해 현금유동성이 확충되면서 PF우발채무의 차환 위험이 완화된 것을 긍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총선 이후 건설업계의 위기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대기업 건설사는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건설도 그룹 차원에서 자본 조달에 나섰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자유CC, 트리니티클럽, 아쿠아필드 등의 레저사업 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 계약으로 신세계건설 부채비율은 953%에서 400%대로 줄어들게 되고, 약 1800억 원의 매각 대금 확보가 예상된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약 2조 원 가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8일 “조금 더 버티기 위한 총알이 부족했던 대기업 계열사들이 유동성 확충을 통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공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면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와 제2금융권의 위기는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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