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의 1 크기 중장비 늘어선 실내훈련장…VR 기술로 실감나는 연습
가상공간서 장비 만지며 시공간 제약없이 협업…위험지역도 문제없어
“스마트 건설현장 미래 구현 및 솔루션 개발·검증에 활용”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에 마련된 버츄얼 트레이닝 센터.
HD현대사이트솔루션 오대진 책임연구원은 이곳의 애칭을 ‘슈필라움'(Spielraum)이라고 소개했다. 독일어로 ‘놀이 공간’이라는 뜻이다.
21평 남짓한 공간 곳곳에는 조종석, 조이스틱, 각종 가상현실(VR) 기기들이 자리해 마치 오락실을 연상케 했다.
센터는 총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됐다. 무선조종자동차(RC) 모델 실내훈련장, VR 체험존, 원격조종 스테이션, VR 검증 협업 플랫폼 등이다.
이 중 RC 모델 실내훈련장은 오 책임연구원의 취미생활에서 시작됐다. 건설장비의 구조 해석을 담당하는 그는 취미로 RC를 만들다 건설장비 RC 모델을 만드는 데 이르렀다고 한다.
오 책임연구원은 “제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일과 연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렇게 유압으로 작동하는 건설장비 RC를 만들게 됐다”며 “꿈만 꿔오던 이런 공간이 현실이 됐다. 나를 ‘성덕'(성공한 매니아라는 뜻)이라고 부르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설명 중 그는 RC 모델을 ‘아이들’이라고 부르며 한 땀 한 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굴착기 RC 1대를 만드는 데 1년이 소요됐다고 한다.
RC 모델은 실제 장비의 14분의 1 크기로 제작됐다. 작지만 내부 부품, 스위치, 도색 등을 그대로 모사했다. 무게는 약 30㎏에 달한다.
아울러 RC 모델을 통해 조건에 따라 장비의 각 위치에 나타나는 동역학을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실제 장비보다 더 쉽게 하중의 크기, 방향 등 조건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한다.
현재는 RC 모델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동역학을 해석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개발 중이다.
센터는 직원들의 건설장비 운전연습에도 활용된다. 현장에 가지 않고 센터에서 직접 운전해보며 장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RC 모델 조종체험장은 실제 건설 현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습이었다. 흙과 나무, 울퉁불퉁한 도로가 그대로 구현돼있었다.
VR 고글을 쓰고 조종석에 앉아보니, 마치 몸이 14분의 1 크기로 작아진 듯 생생한 건설현장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실제 장비에서 나는 소리도 그대로 재현됐다. 네모난 캐빈에 자리한 작업자가 된 듯했다.
움직임도 정교해 실제 면허 연습자가 느낄법한 애로를 체감할 수 있었다. 캐빈에 앉아 굴착기 바스켓을 움직여 흙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떨어트리는 데에는 상당한 숙련도가 필요했다.
첫 체험이라 조종 내내 굴착기 몸체가 흔들리거나 앞바퀴가 들리는 등 ‘운전 미숙’이 이어졌지만, 안전은 담보됐다.
고글을 벗으면 건설장비의 움직임을 3인칭 시점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장비의 특성에 맞는 연습장도 갖춰졌다. 휠로더 면허의 시험 코스인 T자형 연습장, 지게차 하역장, 굴절 덤프트럭을 위한 험난한 지형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장비 연습할 수 있다.
센터 한쪽에는 VR 검증 협업 플랫폼이 마련됐다.
가상현실에서 동료들과 만나 실제 제품을 보며 실시간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먼 곳에 있는 동료 혹은 해외 법인과도 소통이 가능하다. 그만큼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팔, 허리, 다리에 트래커를 착용한 직원이 가상의 정비고에 접속한 다른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자 인천 등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캐릭터들도 손을 흔들며 답했다.
시연자가 도구를 들고 장비 앞에 서서 정비를 시작했다. 정비고에 직접 가지 않아도 정비를 할 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신체의 부하는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어 매뉴얼을 설계할 때 활용된다.
시연자가 캐빈에 들어섰다. 주변을 둘러보며 공간감을 확인하고 조종석 스위치의 배열, 모니터의 레이아웃, 페달의 각도 등을 점검했다.
직접 석산, 동굴 등 위험지역에 가지 않아도 언제든 동료들과 함께 위험지역에서 장비를 실험해볼 수 있다. 비가 오거나 어두운 날씨 환경도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기술원 박흥근 상무는 “현재는 내부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고객 솔루션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라며 “지난해 론칭한 ‘AR 가이던스’를 확장해 고장 예측 진단까지 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VR 체험존에서는 굴착기 캐빈에 앉아 가상현실 속 구현된 작업장에서 건설장비를 조종해볼 수 있었다. 화면과 운전석 사이에는 증강현실(AR) 글라스가 자리해 작업에 필요한 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떴다.
예컨대 땅 밑에 가스관이 매립된 상황에서 주변 흙을 파내는 일을 한다면 현재 움직이고 있는 굴착기의 바스켓과 가스관과의 거리가 AR 글라스에 표시되는 식이었다.
박 상무는 “이 공간을 단순히 연습하는 곳을 넘어 실제 스마트 사이트 건설현장의 미래 모습을 구현하고, 솔루션을 개발·검증하는 데 활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win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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