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경영진회의 20년만에 부활…계열사별 ‘경영 고삐죄기’
계열사 실적 부진·투자 성과 저조에 ‘쇄신 카드’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SK그룹이 고강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새해 들어 임직원들에게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고쳐 매다)의 자세를 주문하고,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서 그룹 2인자에 오르면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창원 의장이 사촌 형인 최태원 회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SK그룹의 ‘위기 돌파 선봉장’ 역할에 나선 모양새로, 그룹 내 변화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주요 경영진이 한데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일 회의’를 부활했다. 2000년 7월 주 5일제 근무제 도입 이후 24년 만이다.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전략글로벌위원회 회의가 월 1회 평일 개최에서 격주 토요일 개최로 바뀐 것이다.
첫 토요일 회의 지난 17일 열렸다. 이 자리에는 최 의장과 계열사 CEO 등 6∼7명가량이 참석했다.
이처럼 주말 회의를 재개하고, 개최 횟수를 늘린 것은 SK그룹이 직면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그룹 수뇌부가 갖는 ‘위기의식’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임원들은 유연근무제의 일환으로 월 2회 부여돼 온 금요일 휴무 사용 여부도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그룹 각 계열사도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적자 행진을 이어온 배터리 계열사 SK온의 이석희 CEO 사장은 흑자 달성 시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또 그는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장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첫 임원 간담회에서 “2024년은 ‘턴어라운드 원년’이라는 막중한 소명 속에 CEO와 임원이 사활을 걸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이런 변화는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SK하이닉스, SK온 등 주요 계열사 실적 부진과 투자 성적 저조 등과 무관하지 않다.
‘해현경장’이라는 최태원 회장의 신년 메시지는 이 같은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경영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내실을 갖추는 한 해가 돼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주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의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오르며 ‘줄을 고쳐 매는’ 그룹 쇄신을 이끌고 있다.
SK디스커버리 부회장으로서 SK의 화학·바이오 사업을 이끌어온 최 의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최 의장은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의 ‘워커홀릭’으로 알려졌다. 최근 그룹 내 분위기 변화를 통해서도 이 같은 최 의장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고 재계에서는 평가한다.
SK그룹은 주요 신사업 분야에서 잇따라 투자 성과를 내지 못하자 작년 말 임원 인사와 함께 투자 기능을 일원화하고 효율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투자 전문 지주회사인 SK㈜로 모두 이관했다.
그동안 계열사 간 투자 기능이 중복된 부분이 많고, 최근 투자 실적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쇄신에 나선 것이다.
SK그룹이 2021년 11조원가량을 투자해 인수한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현 솔리다임)의 경우 작년에만 3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주력 반도체 사업에 부담을 가중했다.
이에 앞으로 최 의장 주도로 계열사 간 중복 사업 재검토 등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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