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조원 투자’ 오픈AI 올트먼, 반도체 업체들과 협력 모색
낸드 키옥시아-WD 맞손…SK하이닉스-TSMC ‘AI 동맹’ 거론도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에 AI 반도체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업계의 연합 전선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AI 반도체 생태계에 속한 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력 있는 파트너와 손잡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생성형 AI ‘챗GPT’ 개발사로 유명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위해 사상 최대인 7조달러(약 9천300조원) 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소식에 올트먼이 어떤 반도체 기업과 손을 잡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올트먼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을 폭넓게 만나면서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일단 그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10여곳 건설해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인 대만 TSMC에 운영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갖고 TSMC와 여러 차례 접촉했다고 한다.
또 최근 주가가 급등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을 보유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만나 자신의 사업계획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트먼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경영진과도 면담했으며, 오는 21일 인텔의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에 참석해 펫 겔싱어 인텔 CEO도 만날 예정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오픈 AI가 AI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한다면 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AI 반도체 팹리스 및 디자인하우스 업체들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이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메모리 업체들끼리도 손을 잡고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낸드플래시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은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손을 잡는다. 작년 3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웨스턴디지털은 3위, 키옥시아는 4위다.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은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정부 보조금을 포함해 총 7천290억엔(약 6조5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 투자로 생성형 AI 보급 확대에 따른 데이터 센터 수요에 부응해 일본 공장 2곳에 이른바 8세대, 9세대 메모리 생산 라인을 신설하기로 했다. 양산 예정 시점은 내년 9월이다.
일본 정부도 두 업체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해당 공장의 반도체 양산에 최대 2천430억엔(약 2조2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폭넓은 협력 관계를 맺어온 두 회사는 합병도 추진했으나,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무산됐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 1위 TSMC가 이른바 ‘AI 동맹’을 맺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일부 공정을 TSMC가 담당하고, TSMC가 후공정인 패키징 일부 공정을 담당하는 식이다.
다만 이 같은 협력 방안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확인 불가능하며,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도 최근 일본의 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로부터 AI 가속기를 비롯한 2나노 공정 기반 AI 반도체를 수주하는 등 AI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AI 시장 재편 속에 올해 주요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특히 오픈AI 등 반도체 후방 시장 업체들의 전방 시장 진출을 위한 연합 전선 구축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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