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 2시간 30분 거리 야간대학원 다니며 42살에 박사 취득
“일·공부 병행이 습관…선취업 후진학은 성공의 지름길”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박사를 땄지만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HD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고졸 출신의 생산기술직 근로자가 17년 만에 공학박사 학위를 따 화제다.
주인공은 HD 현대중공업 사내 기술교육원에서 일하고 있는 이종민(42) 기원(대리급)이다.
이 기원은 2002년 현대공업고등학교 전기반을 졸업하고 곧바로 울산과학대학교에 입학한 뒤, 군 전역 후 대학에 복학하지 않고 일자리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취업을 목표로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에서 전기동력 배선 기술을 배워 이 회사 사내 협력사에서 일하게 된 이 기원.
기술교육원에서의 우수한 성적과 고등학교 시절 땄던 자격증 덕에 2006년 생산기술직 신입사원 공채에서 합격의 기쁨을 맛본다.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소 생산 현장에서 선박 전기공사 기술자로 일하게 된 그는, 산업의 역군으로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주경야독’ 해온 이 기원이 그간 취득한 기술 자격증만 자그마치 28개.
울산과학대 전기과 야간과정과 학점은행제를 활용해 2010년에는 전기공학사를 따냈다.
2012년에는 사내 기능경기대회에서 전기공사 부문 금상을 받으며 사내 ‘기술 왕’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평생학습에 대한 그의 열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고, 2020년에는 공학 석사 학위를 따기로 마음먹게 된다.
그 해 경북에 위치한 안동대학교 대학원 야간과정에 입학한 그는 편도 2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매주 1∼2번씩 왕복하며 새벽 1시 귀가, 아침 6시 출근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2년 전 공학석사를 취득한 데 이어 같은 학교 박사과정에 도전한 끝에 최근 42살의 나이로 꿈에 그리던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금은 사내교육원에서 전기 분야 교육 기획·핵심 생산기술 전수를 맡고 있는 이 기원.
그는 18일 연합뉴스에 “그동안의 시간은 고난과 역경, 성장과 발전이 함께한 여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고졸로 입사했다는 사실을 의식하고 공부하진 않았다”며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오래된 일상이자 습관”이라고 했다.
이어 “박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 내 위치에서 꾸준히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후배 기술인들을 향해서는 “능력이 중심이 되는 시대에 성공의 지름길은 선취업, 후진학”이라며 “명확한 목표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포기하지 말고 끈기 있게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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