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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개매수를 통해 티엘아이(062860)의 경영권을 확보했던 원익홀딩스가 추가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티엘아이를 상장폐지하기 위한 절차다. 최근 정부와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상장사에 대한 주주 환원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상장폐지를 통해 각종 의무에서 벗어나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원익홀딩스는 티엘아이 지분 38.5%에 해당하는 주식 380만 1906주를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전체 공개매수 규모는 약 450억 원이다. 원익홀딩스 측은 “의사 결정의 효율성과 상장 유지 비용의 절감 및 계열회사 간의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티엘아이의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당 매수 가격은 1만 2000원으로 지난해 3월 주권 거래 매매가 정지되기 전 티엘아이 주가인 5800원보다 2배 이상 높다. 티엘아이는 회사 창업주이자 2대 주주인 김달수 전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고발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사모펀드 운용사를 중심으로 상장 기업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뒤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지분을 모두 사들여 상장폐지시키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이달 5일에도 한앤컴퍼니가 시멘트 기업 쌍용C&E(003410)에 대해서도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 절차를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는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를 공동 인수한 뒤 공개매수를 통해 상장폐지했고 의료기기 전문 기업 루트로닉을 샀던 한앤컴퍼니도 같은 수순을 밟았다.
모든 시도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신대양제지의 경우 자회사 대양제지에 화재가 발생하자 지난해 말 상장폐지를 위해 공개매수를 시도했다가 목표 물량을 모으지 못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특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시도에 영향을 줄지에도 주목하고 있다. “내가 왜 ‘시어머니 비위(정부 규제, 행동주의 펀드)’를 맞춰야 되느냐”며 상장폐지를 내심 염두에 두고 있는 기업 오너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고 유보금도 충분해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 유인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물밑에서 공개매수를 준비하는 곳이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임원은 “정부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정책을 유도하고 있어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원하는 기업이나 사모펀드 중심으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어 “단일 주주에 의해 기업이 지배되면 주요 경영 의사 결정을 내릴 때 주주 간 이견으로 시간을 지연할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인수 기업의 상장폐지로 주가 관리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인수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면 회사 지분을 담보로 조달한 인수금융 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는 가구 전문 상장사 한샘을 인수했다가 주가가 급락하자 추가 지분을 매입해 담보를 보강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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