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오소영·김은비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생체 정보 불법 수집 혐의를 부인하며 수천 건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중재 요청을 허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재가 남용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재 비용에 대한 지불 의무도 없다는 지적이다.
16일 미국 제7순회 항소법원에 따르면 삼성전 변호인단은 15일(현지시간) 열린 구두변론 심리에서 소비자들과 중재를 강제한 하급 법원의 명령을 뒤집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단은 생체 정보 수집과 이용을 제한하는 일리노이 주법을 어겼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을 “경솔하다(frivolous)”며 강하게 반박했다. 위법 행위를 하지 않았기에 소비자들의 중재 요청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도 반박했다.
셰이 드 보레츠키 삼성전자 변호인은 “분쟁을 중재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당연히 중재 비용 지불 의무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삼성의 주장을 반영, 소비자 각각이 중재를 합의한 당사자라는 증거를 갖고 있는지 원고에 물었다. 원고 측 변호인단은 삼성이 하급 법원에서 동일한 이의를 제기했다면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양측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항소심에서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소송이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 4만9986명으로 꾸려진 원고는 일리노이주 북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했다. 스마트폰의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이용자 동의 없이 얼굴과 지문 등의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내기 전 삼성의 약관에 따라 미국중재협회(AAA)에 중재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중재 접수 비용을 내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약 1년 후인 작년 9월 법원은 사실상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에 중재 절차를 밟고 비용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중재 요청은 약 3만5000건, 삼성이 낼 비용은 약 400만 달러(약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해당 판결이 부당하다며 즉각 항소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