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가 16일 264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특히 올해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원 넘게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역대 최대 규모다. 반면에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매도세에 밀려 5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이 깨졌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2648.76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34.96포인트(1.34%) 올랐다. 3거래일 만에 2640선을 되찾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8325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외국인이 5588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기관도 2622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힘을 보탰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올해 들어 외국인의 매수세가 두드러진다.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날까지 32거래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9조646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도별 같은 기간 최대 기록(2012년 1월 2일부터 2월 16일까지)인 8조9850억원을 뛰어넘었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삼성가(家) 세 모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삼성생명## 등의 주식 2조70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한 영향이 있다. 블록딜 물량 대부분을 외국인 투자자가 받았다. 다만 이를 제외해도 2019년 이후 최대치다.
정부가 준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1배 미만인 저PBR주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수해 왔으나, 이달 들어 성격이 달라졌다”며 “현대차, 기아, KB금융, 하나금융 등 저PBR 업종·기업으로 거론되는 종목들의 순매수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주가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약세를 보인 반면, ##현대차##는 전날보다 5.21%(1만2500원) 뛰었다. 정부는 오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차전지 종목들도 모처럼 기지개를 켰다. ##LG에너지솔루션##은 3.67%(1만4500원) 오르며 한 달 만에 40만원 대에 진입했다. ##POSCO홀딩스##와 ##LG화학##, ##삼성SDI##, ##포스코퓨처엠## 등도 전날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밤사이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기차 기업 테슬라 주가가 6% 넘게 뛰었고, 이차전지 소재 양극재 수출 지표가 반등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시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도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61포인트(0.19%) 하락한 857.60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개인이 2528억원어치 ‘사자’에 나서면서 코스닥지수는 장 중 86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기관도 2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하지만 외국인이 2167억원을 순매도하면서 반등하지 못했다.
다음 주엔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끄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미국의 1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 등이 예정돼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 의사록에서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입장과 양적 긴축(QT)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까지 주식시장에 반영된 상황인 점을 고려할 때 단기 등락이 있을 수 있지만, 코스피지수 등 세계 증시에 충격 변수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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