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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타치온, 알고보니 일반식품” 호갱님 안 되려면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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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루타치온, 알고보니 일반식품” 호갱님 안 되려면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게티이미지뱅크

“언니, 나 호갱됐어. ”

결혼 준비에 한창인 지인 K가 지난밤 전화를 걸어와 “피부 미백에 좋다는 유튜버의 추천을 믿고 영양제를 수십만 원 어치 샀는데 속은 것 같다”며 한참 하소연을 늘어놓더군요. 내막을 들어보니 가정의학과 전문의 여에스더 씨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는 기사를 뒤늦게 발견한 모양이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작년 12월 건강기능식품 온라인 쇼핑몰 에스더몰이 ‘식품 표시광고법 제8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 행위 금지’를 위반했다고 밝혔는데요. 쉽게 말해 해당 사이트가 일반 식품을 판매하면서 소비자로 하여금 질병 예방 및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는 광고를 한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해당 쇼핑몰의 허위·과장 광고 의혹은 식약처 전직 과장이 쇼핑몰 운영자인 여씨를 경찰에 고발하면서 불거졌는데요.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국민신문고를 통해서도 접수되자 식약처가 조사에 나섰고 일부 부당광고가 있었다는 결론과 함께 올 1월 처분이 확정됐습니다. 식약처의 행정 조치 대상은 에스더몰의 ‘E로운 매거진’이라는 콘텐츠입니다. 엄밀히 따지면 K가 구매한 일명 ‘필름형 글루타치온’의 온라인 쇼핑몰 광고와는 달랐죠. 저도 퇴근길 인스타그램 광고를 보고 화장품을 사는 게 낙입니다만, K의 말을 듣다 보니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영양제도 유행을 탄다고 하죠? 최근에는 입 안에서 녹여 먹는 필름 형태의 글루타치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글루타치온(Glutathione)’은 글루탐산(glutamic acid)·시스테인(cysteine)·글리신(glycine) 등 3가지 아미노산이 결합된 일종의 생리활성 물질입니다. 활성산소 등 체내 독성물질을 제거하고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나타낼 뿐 아니라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해요. 특히 피부색을 결정 짓는 멜라닌 생성을 방해해 피부 미백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맞았다고 해서 유명해진 일명 ‘백옥주사’의 성분이 바로 글루타치온입니다. 글루타치온 자체의 효능이나 체내 글루타치온 농도가 높을수록 유익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문제는 글루타치온을 먹는다고 체내 생성되는 글루타치온과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느냐는 건데요. 학계에서는 섭취 후 소화 과정에서 글루타치온을 구성하는 3가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때문에 글루타치온 자체의 효능이 사라진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죠. 한마디로 ‘먹으나 마나’라는 겁니다. 이같은 논란을 겨냥해 새롭게 등장한 제품 중 하나가 필름 제형입니다. 필름형 글루타치온 판매사들은 장을 거치는 대신 혀 밑에서 녹여 곧바로 혈관이나 신경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경구제보다 흡수율이 높다고 주장합니다.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영역이라 구매 여부는 소비자들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은데요. 시중에 유통 중인 글루타치온 제품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는 실제 함량이 표시·광고 수치에 못 미쳤다는 한국소비자원 결과도 있는 만큼 구매 전에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겠습니다.

“글루타치온, 알고보니 일반식품” 호갱님 안 되려면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표기. 사진 제공=식품의약품안전처

참고로 최근 행정처분을 받았던 필름형 글루타치온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일반 식품입니다. 건강기능식품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일반 식품인데 K처럼 건강기능식품으로 착각해 구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더라고요. 식약처는 인체에 유용하다고 입증된 기능성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제품만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합니다. 품질 관리가 잘된 업체에 한해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인증도 부여하고 있죠. 얼핏 비슷해 보이는 ‘건강보조식품’은 법에서 정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과는 전혀 다릅니다. 현명한 소비를 원한다면 건강기능식품 마크와 기능정보 표시를 확인해 두는 건 어떨까요?

“글루타치온, 알고보니 일반식품” 호갱님 안 되려면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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