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 10조원 ‘반짝’ 영업이익에 주가가 폭등, ‘흠슬라’라고 불리던 국내 유일 국적 해운사가 다시 90%이상 쪼그라든 5000억원대 성적표를 받았다. 시장이 외면하면서 5만원대 주가는 1만원 중후반대로 주저 앉았다. 파업 으름장에 임금을 올려주며 달래고, 정부가 해운 재건 프로젝트 명목으로 국민 혈세를 동원해 세계 최대 규모 상선도 지어줘 경쟁력을 쌓게 도왔지만, 끝내 민영화에 실패한 HMM의 현주소다.
코로나19 이후 급등했던 물류 운임의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업황 둔화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해운동맹이 재편되는 등 변동성도 커졌다. 이미 한 차례 매각이 불발된 데다 여러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리스크도 함께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빠른 시일내에 재매각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자체 투자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HMM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8조4010억원, 영업이익 5849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94%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그동안 물류난 등으로 운임이 올라 이익이 급등했지만, 다시 정상화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미주, 유럽 등 운임이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도 동반 감소했다는 것이다.
운임 수준을 대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IF)는 지난 2022년 평균 3410포인트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006포인트에 그치면서 70% 가량이 하락했다.
다만 운임 변동성은 앞으로도 클 전망이라, 둔화 사이클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경기회복 지연, 글로벌 소비 위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홍해-파나마운하 통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상 물류 운임이 오르고는 있지만 그만큼 변동성도 높다.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당분간 HMM의 재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앞서 HMM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으로 매각을 추진하다 계약 조건에 대한 의견차로 무산됐던 바 있다. 하림그룹은 6조4000억원 가량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영구채 전환 및 경영 개입과 관련해 이견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조건이 어느정도 공개된 이후 협상이 결렬된 만큼 채권단 입장에서는 매각가를 낮추는 등의 조건 변경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가 됐던 영구채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영구채가 주식으로 추가 전환되면 매각 측의 지분율이 74% 가량으로 올라 매각대금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자금력이 확보된 기업이 나서지 않는 이상 매각을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이나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을 인수 후보자로 거론하고 있지만 이들은 앞선 매각전에서도 인수 의지를 보이지 않은 만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당분간은 HMM도 내실에 집중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전망이다. HMM 관계자는 “초대형선 투입에 따른 원가 하락, 체질 개선에 다른 효율 증대, 수익성 높은 화물 영업 강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안정적 수익 창출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최근 매각을 추진하면서 예고했던 투자가 원활하게 집행되지 않았던 부분이 있어, 계획을 다시 재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2년 김경배 사장이 취임하면서 선복량 확대, 디지털 가속화 등 미래 성장을 위해 15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이후 민영화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대로 된 투자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 물류 운임이 최근 갑자기 상승하고는 있지만, 사이클이 뚜렷한 만큼 불황도 반드시 올 것”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 이익이 날 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발빠르게 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