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구루=정예린 기자] LG전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HVAC(난방·환기·공조) 시스템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압축기) 생산을 검토한다. 세계 각지에서 공급망 현지화를 적극 추진, 권역별 수요 대응에 나선다.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가전업체 ‘알 핫산 가지 이브라힘 셰이커(Al Hassan Ghazi Ibrahim Shaker, 이하 셰이커)’는 15일(현지시간) LG전자,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MISA)와 에어컨 컴프레서 생산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수도 리야드 제조 공장 건설에 대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을 통해 LG전자는 셰이커와의 파트너십 범위를 에어컨 완제품 조립 수준에서 핵심 부품 생산까지 확대하게 됐다. LG전자는 에어컨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현지 대규모 주택 건설 프로젝트의 대규모 HVAC(난방·환기·공조) 시스템 수주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 셰이커는 20년 이상 끈끈한 동맹을 자랑한다. 셰이커는 LG전자가 1990년대 초 중동 시장에 막 첫 발을 내딛었을 때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에어컨 총판을 맡아왔다.
양사는 지난 2006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에어컨 생산·판매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2년 후 초기 3500만 달러를 투자한 에어컨 생산 공장이 가동에 돌입, 리야드 공장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에어컨 생산기지로 자리 잡았다. 연간 생산능력은 30만 대로 시작해 현재 100만 대까지 증가했다.
셰이커는 에어컨 뿐만 아니라 TV,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LG전자 전 제품에 대한 사우디아라비아 수입·유통을 책임진다. LG전자는 지난 2022년 셰이커와의 장기 공급 계약을 갱신하고 유통 제품 품목을 다변화했다. <본보 2022년 12월 21일 참고 LG전자, 사우디 최대 가전 유통사와 파트너십 확대>
작년 말 각종 가전제품과 부품을 설치·조립하는 전문 기술자를 양성하는 시설인 ‘LG 셰이커 트레이닝 센터’도 개관했다. 전문 인력을 육성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부동산 개발업체 로쉰(Roshn)이 추진 중인 3만5000만 가구 규모의 주거 복합단지 조성 사업 수주를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LG 셰이커 트레이닝 센터는 로쉰의 프로젝트가 진행될 리야드 내 부지에 들어서 있다. <본보 2023년 12월 28일 참고 LG전자, 사우디 최대 유통그룹 셰이커와 '전문 기술자 양성' 센터 설립>
LG전자는 최근 컴프레서 생산 현지화를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달 멕시코에도 신규 투자를 단행,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공장에 스크롤 컴프레서 생산라인을 설치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투자와 생산량 규모, 건설 일정 등 세부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본보 2024년 1월 22일 참고 LG전자 멕시코 'HVAC 핵심 부품 생산' 신규 투자...북미 시장 공략 '가속'>
컴프레서는 에어컨 실외기에 설치되는 부품이다. 실내기와 연결, 냉매 압축을 통해 냉난방 사이클이 형성되도록 돕는다. 에어컨이 소비하는 전력의 약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스크롤 컴프레서는 서로 맞물린 두 개의 스코롤 형태를 띄고 연속적으로 압축돼 고효율·저소음의 특성을 가진다. LG전자는 1996년 스크롤 컴프레서 국산화에 성공한 후 독자 기술을 기반으로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를 출시하는 등 제품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오고 있다.
압둘라 압둘라 아부나이얀 셰이커그룹 회장은 “이번 MOU는 왕국의 산업 및 기술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에 대한 증거”라며 “에어컨 컴프레서 제조라인을 고국으로 가져옴으로써 우리는 에어컨 생산의 자립을 향한 중요한 단계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살레 알카브티 MISA 차관은 “MISA, LG전자, 셰이커 간 협력은 에어컨 산업과 그 부품을 현지화해 왕국의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도약”이라며 “이는 지역 산업 발전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를 우리의 투자 다각화 및 성장 전략에 맞춰 더 광범위한 전자 제품을 조립하고 제조할 수 있는 잠재적 허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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