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기업공개(IPO) 시장이 이른바 ‘공모주 슈퍼위크’로 불리며 공모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지만 기관투자자들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는 기관투자자들도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 개인투자자들로서는 상장 첫날 매도를 하는 것이 가장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까지 진행한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밴드(14만7000원~20만원) 상단을 초과한 에이피알의 의무보유 확약(국내외 합산) 비율은 신청 수량 기준으로 약 29%로 집계됐다. 이 중 3개월 비중이 11%대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한 달(10%) 순이었다.
상반기 최대어로 꼽히는 에이피알의 확약신청률은 그나마 올해 IPO 기업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이달 22일 상장을 앞두고 있는 케이웨더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3.9%로 집계됐다. 다음 날 상장 예정인 이에이트와 코셈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각각 2.35%, 8.9%로 책정됐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은 에이피알의 해당 비율 역시 과거에 비하면 높은 편은 아니라고 보고있다.
2년전 IPO 시장에서 역대 청약증거금 순위로 가장 높았던 LG에너지솔루션(114조1066억원)의 기관 주문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2022년 당시 66.5%였다. 그다음으로 높았던 SK아이테크로놀로지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96.4%였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85.26%에 달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15일 39만5500원으로 당시 공모가 대비 31% 상승한 금액으로 거래를 마쳤다. SK바이오팜도 공모가(4만9000원) 대비 두 배 수준인 8만54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기관 투자자의 기대만큼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의무보유확약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상장 뒤 일정 기간 공모주를 시장에 팔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보통 기관 경쟁률은 해당 종목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고,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종목의 장기 주가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다.
이달 상장을 앞둔 네 기업들의 기관 경쟁률은 의무보유확약 비율과 반대로 높은 것으로 나왔다. 네 종목 중 가장 높은 기관 참여 경쟁률을 기록한 기업은 케이웨더로 1362대 1을 기록했다. 한 자릿수 의무확약 비율과는 다른 수치다. 에이피알의 경우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약 2000개 기관이 참여해 케이웨더 대비 절반인 663대 1을 기록했다.
기관들은 최근 공모주들을 단타 종목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공모주에 대한 가격제한폭이 60~400%까지 확대되면서 단기에 주가가 급등하면 매도해 차익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에이피알은 참여 기관투자자 가운데 97% 이상이 공모가 상단 혹은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고, 26만원 이상을 기입한 기관들도 약 36% 수준이었다. 다만 미확약 비중(71%) 만큼이나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미온적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투자는 기업을 보기보다는 미래 가치를 보고 해야 하는데, 최근 기업 가치는 하루에도 몇 배를 왔다 갔다 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 투자는 의미가 없다. 지난해 상장된 기업 10개 중 9 곳은 모두 적자전환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따따블’(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300% 상승)을 보고 공모주 청약에 몰려들고 있다. 만약 에이피알이 상장 첫날 ‘따따블’ 성공하면, 100만원까지 상승해 주당 75만원의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난달 IPO를 진행한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현대힘스, 포스뱅크도 상장 당일 따따블을 기록하며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현재 이들 기업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해당 기관투자자는 “장기 보유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며 “개인투자자들도 배정 비율이 작아 장기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공모 청약은 기업 가치를 보고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현 IPO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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