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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7년 만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의료계 후폭풍이 거세다. 개원의사들이 대한의사협회 산하 16개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인턴, 레지던트 등 대형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의 사직 선언이 쏟아지고 있다.
16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에 등록된 전공의 525명(인턴 102명 레지던트 423명) 전원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소위 ‘빅5’로 불리는 서울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에서 전공의 전원이 사직 의사를 밝히며 단체행동에 나선 첫 사례에 해당한다. 이들은 사직서 제출과 동시에 현장을 떠나는 대신, 비상대책위원회와 상의해 근무 종료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추후 전공의들의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예고하고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하면서 진료현장에서는 연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세브란스병원 소속)은 전일(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난다”며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바 이후에는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의 수련 포기 선언은 이번 의대 증원 추진 이후 나온 2번째 사례다. 앞서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레지던트)가 될 예정이라고 밝힌 의사가 지난 13일 유튜브 영상을 통해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는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사직을 선언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의사를 응원하겠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그의 사직이 전공의들의 ‘개별적 집단사직’의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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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박 회장의 사직서 제출이 공식화된 이후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의 사직 움직임이 봇물을 이루는 모양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 전공의(인턴) 일부는 15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다가 당일 밤 전원 복귀했다. 원광대병원은 전공의 126명 전원이 15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도 전공의 상당수가 16일 사직서를 제출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류옥하다 인턴 대표(대전성모병원 소속)가 전일 인턴들에게 보내는 글을 통해 “16일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즉시 출근을 거부할 생각이다. 뜻을 같이 하는 동료 분들은 참고해 달라”고 밝히면서 CMC 내 집단 사직서 제출 움직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빅5’ 병원에 등록된 전공의는 2300여 명으로 전체 전공의(1만5000여 명의 약 15%를 차지한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에서 야간·휴일 당직을 도맡는다. 상급년차 레지던트는 중증·응급 환자 수술에도 참여하기 때문에 이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거나 연차를 쓰면 신규 입원이 막히고 응급실중환자실 운영에 차질이 생기며 외래진료 및 수술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하면 의료 현장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경 대응이 젊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불을 붙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전일 중수본 브리핑에서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했다면 집단 사직서 제출로 볼 수 있다”며 “개별 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받을 때 이유 등을 상담을 통해 면밀히 따져 개별적인 사유가 아닌 경우 정부가 내린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계의 반대가 심한 ‘비대면진료 전면 확대’와 ‘진료보조(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활용’ 을 전공의 파업의 대안으로 거론한 점이 자극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수련병원장 간담회에서 전공의 파업을 막지 못하면 병원 평가에 페널티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기형적 방식으로 의료계를 압박하면서 의사사회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며 “전공의 사직과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이 잇따르면서 2월 말~3월 초께 의료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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