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에프앤비가 지난해 역성장했다. 2021년 5000억원을 돌파했던 매출액도 2년 만에 4000억원대로 돌아갔다. 하지만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성적을 ‘회복’으로 판단했다. 최우선 목표였던 영업이익 복구에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것 권원강 회장의 철학이라는 설명이다.
매출보다 이익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매출 44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3년 전인 2020년 매출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촌에프앤비의 매출이 감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10여 년 가까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1위를 지켜왔던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2022년 bhc에 1위를 내줬다. 지난해엔 매출이 줄면서 업계 3위 제너시스BBQ의 실적에 따라 2, 3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생겼다.
그럼에도 내부에서는 지난해 실적을 ‘회복세’로 평가했다. 영업이익이 회복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은 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늘었다. 1.7%로 바닥을 쳤던 영업이익률도 5.6%로 회복됐다.
우선 대규모 가격 인상 효과가 컸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4월 간장 오리지날과 허니콤보 등 대부분의 메뉴 가격을 최대 3000원 인상했다. 2022년 실적 악화의 주요인이었던 튀김용 기름 가격도 안정화됐다. 실제 2022년 80%를 웃돌았던 원가 비중은 지난해 70% 초반까지 내려왔다.
매출은 거들 뿐
교촌이 매출 감소에 초연한 데는 이유가 있다. 창업주인 권원강 회장은 초창기부터 ‘가맹점 수익 우선’이라는 경영 철학을 강조했다. 가맹점이 잘 되면 본사는 자연스럽게 수익이 늘어난다는 개념이다.
실제로 교촌치킨은 한 번 열면 문을 닫는 매장이 거의 없는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오픈 후 경쟁 브랜드로 갈아타거나 문을 닫는 폐점률도 치킨 업계 최저를 넘어 프랜차이즈 업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폐점률도 0.7%에 불과하다.
매장 매출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이다. 2022년 기준 교촌치킨의 매장당 매출은 평균 7억5000만원으로 bhc(5억9800만원)나 bbq(4억3500만원)보다 월등히 높다.
이번 실적 발표 때 교촌에프앤비는 “가맹점 확장 전략을 추구했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올라 업계 순위 회복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출을 늘리는 데 무게를 두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교촌치킨 매장은 1378개로 전년 대비 10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64개, 2022년 29개를 늘린 것보다 확연히 느린 페이스다. 매출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 변명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bhc에 빼앗긴 매출 1위를 되찾기 위해 무리하게 매장을 늘리다가 기존 매장의 이익을 훼손하기보다는, 기존 매장의 이익을 지키면서 본사 수익도 개선하는 ‘내실 다지기’에 한 해를 온전히 썼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마음도
다만 올해에는 수익성 회복과 함께 매출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교촌치킨은 매장을 10개 늘린 반면 매출은 14% 줄었다. 가맹점 수가 비슷한데 매출은 10% 넘게 줄었다는 건 소비자들이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다.
그동안 가격 인상 주도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어떻게 해소할 지가 관건이다. 교촌에프앤비는 소비자들에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치킨업계 가격 인상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가격 인상 당시 교촌에프앤비는 3000원이라는 인상폭과 1마리 2만원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을 깼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이 높은 다른 브랜드로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교촌에프앤비 역시 올해엔 수익성과 매출 동반 개선이 목표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메밀단편’ 등 신사업으로 보폭을 넓혀 매출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교촌의 가맹점 우선 정책이 지금까지는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가격 인상 이후의 소비자 이탈에 어떻게 대처할 지가 올해 교촌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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