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목표치인 350억 달러에 못 미친 가운데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400억 달러 수주를 목표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 국가별 맞춤형 수주전략을 수립하고, 수주 지역과 프로젝트를 다양화하는 등 수주 전략 개선을 추진한다. 주요 건설사들도 일제히 해외사업 확대 의지를 내비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서는 모습이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21개 건설사는 95개국에서 333억1000만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전년 대비 7.5% 늘어난 액수다. 이로써 해외건설은 2020년(351억 달러)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00억 달러 수주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해외 수주 실적을 두고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총 수주액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00억 달러에 달하는 물량이 계열사 발주 물량이어서 이를 제외하면 2019년 수준인 2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제조사의 해외 공장 건설 사업의 공개 입찰보다는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완전한 해외건설 수주 실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에 정부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치를 400억 달러로 제시하고 해외 수주 분야 확대 및 체질 개선에 나선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한 지분 투자를 늘리는 등 해외 수주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중동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집중됐던 해외 수주 방식을 다양화하기 위해 해외 주택·도시개발 사업 수주를 위한 전략 마련에 나선다. 국토부가 16일 개최하는 ‘원팀코리아 타운홀 미팅’에서 해외건설 수주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전략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해외 도시개발사업 진출을 위해 우리 기업이 강점을 가진 스마트시티 서비스 분야를 선제적으로 메뉴화하고, 전략 국가·사업 선정 및 종합지원모델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건설사들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를 비롯해 이라크와 쿠웨이트 신도시 개발, 에너지인프라 등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공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지난해 해외 프로젝트 매출 본격화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해외 수주 목표 프로젝트로 네옴시티를 비롯해 중동과 호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 그린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또 사우디 국부펀드와 옥사곤 모듈러주택 관련 공동사업협약을 맺는 등 건설 인프라 프로젝트에 입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건설은 해외건설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를 목표로 삼았다. 이에 올해 이라크 ‘알포(Al Faw) 항만 개발 프로젝트’ 추가 수주를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알포 항만 개발 사업은 중동 지역에 최대 항만 건설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다. ‘팀 코리아’ 시공 주간사 프로젝트 진행도 박차를 가한다. 신규 상용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 프로젝트 수주를 앞두고 있다.
도시 개발 사업도 K-건설의 진출 무대다. 쌍용건설은 사우디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 입찰 전 사전자격심사 등에 참여해 고급 호텔과 박물관 등 랜드마크 건축물 수주를 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해외건설 시장과 관련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속 가능한 수주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올해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6% 성장한 14조6000억 달러로 전망되는 등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전쟁과 고금리 장기화 등 불확실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각 건설사들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응 방안과 정부의 적극적이고 세밀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국내 건설사의 EPC 역량이 충분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KIND를 중심으로 한 해외투자개발형 사업 등 수주의 질과 경쟁력을 높여야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주 역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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