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목적도 있지만 투자용으로 매매하신 분들도 있어요. 아무래도 가격이 많이 비싸지 않다 보니까.”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지난 14일 직접 찾은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소만마을성원6단지아파트(1602가구)는 여느 단지와 다를 바 없이 조용한 주택가였다. 이곳에서 반경 1㎞ 내에 있는 샘터마을2단지아파트(2920가구), 햇빛마을23단지아파트(1813가구) 모두 한적한 아파트촌(村)이라는 것 외엔 별다른 점이 보이지 않았다. 다만 행신중학교를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옆으로 용현초등학교와 행남초등학교를 두고 있어 학부모라면 ‘도보권 통학’ 장점으로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았다.
덕양구는 지난 1월 한 달 기준, 경기도에서 매매 거래 증가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 덕양구 매매 거래건은 254건으로 지난해 12월(157건)과 비교하면 61% 증가했다. 1월 거래량 신고가 2월 말까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거래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아파트 1월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거래량을 넘어섰는데, 그중 경기도는 같은 기간 5895건에서 6669건으로 13.1% 늘었다. 이 가운데 덕양구에서 이뤄진 매매 계약건(254건)이 가장 많았다. 동별로는 행신동(79건), 화정동(59건) 순이었다. 행신동 샘터마을2단지의 경우, 전용 면적 80~83㎡가 3억4000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고금리 장기화로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길어지면서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동일한 행정구역(행신동) 내에서 거래가 집중된 것이다. 최근 5개월(2023년 9월~2024년 1월) 기준으로 봐도 덕양구 내에서 행신동 거래량(340건)이 가장 많았다.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저가 매물’이 몰려 있는 만큼 증가폭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중반에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가 많다는 점에서, 안전진단 면제 및 완화 등이 담긴 노후계획도시특별법 영향으로 매수세가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덕양구는 은평구와 접해있는 원흥·삼송 등을 중심으로 아파트 및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상당수 아파트가 재건축 연한 30년에 접근하면서 이른바 ‘재건축 호재’가 최근 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행신역과 능곡역 일대 구축 대단지 아파트가 많다는 점에서 여의도에 직장을 둔 젊은 세대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얻는 경우가 많다. 행신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교통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고 3억원 대로 아파트를 얻을 만한 곳이 행신동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덕양구는 실제로 작년 말 대비 1월 들어 행신동과 화정동 거래가 크게 늘었다”면서 “다만 분양가 상승, 불투명한 사업성 등으로 전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부진한 상황이라, 투자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자금이 묶이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대곡역을 중심으로 한 ‘GTX 호재’는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곡역은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고 있으며 GTX-A 노선이 추가될 예정이다. 실제 이날 찾은 대곡역 주변은 중앙로 대로변 위로 차들만 ‘쌩쌩’ 내달릴 뿐 이렇다 할 인프라 등이 전무했다. 말 그대로 허허벌판(대곡역세권도시개발구역 부지 주변)이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 대표 업무지구 중 한 곳인 여의도와 교통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행신동에서 저가 매물 위주로 거래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GTX 호재로 보기엔 아직은 먼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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