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포함 농축수산물 가격 8.0% 상승
수입과일 6종 할당관세 인하 시행
기재부 “2~3월 농·축·수산물 할인, 300억원 투입”
단발성 지원 아닌, 장기적 대책 꺼내야
최근 정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를 보면 연일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내용이다. 허나 집 앞 마트만 가도 정부 자평과는 괴리가 느껴진다.
설 차례상에 사과 대신 망고를 놓고 싶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번 설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며 치솟은 물가를 피부로 느꼈다. ‘망고대체론’이 농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난주 물가관련 현장 취재를 하러 세종시 조치원 전통시장에 방문했다. 거기서 만난 주부 김(63·여) 아무개 씨는 평소 6개 놓던 사과를 과감하게 3개로 줄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과일이 너무 비싸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며 “특히 사과가 다른 과일에 비해 지난해 추석보다 더 많이 오른 것 같다”며 천정부지로 치솟은 물가에 대해 허탈감을 표했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8% 오르며 6개월 만에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했다. 하지만 과일을 포함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8.0%가 껑충 뛰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설 민생안정대책으로 “특히 높은 사과와 배 등의 가격 안정을 위해 농축산물 할인지원 예산을 100억원 추가 투입하겠다”며 “올해 사과와 배 계약재배 물량 8000톤(t) 확대 등을 통해 앞으로 수급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했다.
현실에서 체감한 장바구니 물가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장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 의구심만 더했다.
최근 정부는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아보카도, 오렌지 등 6종 수입 과일의 할당관세를 낮췄다. 정작 국민 과일인 사과와 배는 쏙 빠져있다.
수요가 많은 과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대체재(代替財) 정책만 펼치고 있으니, 국민은 답답할 노릇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후변화 위기로 농산물 가격의 불안정은 지속될 것 같다”며 “국민이 전통적으로 먹는 과일이 있는데 사과, 배 등의 가격이 오르니까 할당관세 인하해 수입한 파인애플을 먹으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실에서 느껴지는 물가 정책에 민심이 차갑게 돌아서자, 정부는 ‘할인’ 지원에 불을 지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5일 “2~3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약 300억원을 지원해 과일과 오징어 등 불안 품목에 최대 40~50% 할인을 지속하겠다”며 이어 “대파 3000t, 수입 과일 30만t 할당관세 물량도 시장에 신속히 도입하고, 배추와 무는 8000t을 추가 비축해 3~4월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내놓은 대책은 왜인지 지난 설 민생안정대책이 되풀이되는 느낌이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정책은 단발성 재정 투입이 아닌, 위기 상황 속에서 대안을 꺼낼 수 있는 안정적 구조 개선이다.
정부의 자화자찬에도 당분간 물가는 잡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서민들의 지갑은 더욱 굳건히 닫혔다. 얼어붙은 소비로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 결국 국민, 기업, 국가는 다 같이 수렁에 빠지게 된다.
미국 대선,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경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외부적 요인이 국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줄이려면 대비책을 촘촘히 마련해 놔야 살아남는다.
더 이상 보여주기식이 아닌 ‘민생’과 ‘민심’을 헤아린 장기적 정책을 내놔야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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