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4대 금융지주사의 합계 비이자익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며 문제로 지적돼 온 이자익 편중 현상 극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올해 홍콩ELS 사태 등으로 인한 고위험상품군 판매 위축이 불가피한 데다 상생금융 이슈와 연계된 일부 수수료 감면 및 폐지 조치 시행도 예상된다는 점에서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내부에서는 비이자익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지만 핵심 비이자익인 수수료 수익의 경우 은행뿐 아니라 카드‧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역할도 중요한 비은행 계열사 실적 제고가 올해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10조원 넘어선 금융지주 비이자익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사(KB‧신한‧하나‧우리)의 비이자익은 총 10조5189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22년 비이자익 합계(6조8391억원) 대비 54%가량 증가한 수치로 전년 대비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의 성장폭이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비이자익을 기록한 곳은 4조874억원을 기록한 KB금융이다. 이어 신한금융이 3조4295억원의 비이자익을 거뒀고 하나금융(1조9070억원), 우리금융(1조950억원)이 뒤를 이었다.
전년 대비 성장률로 비교해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곳 역시 80.4%를 기록한 KB금융(2조2653억원→4조874억원)이었다. 두 번째로 큰 성장률을 기록한 금융지주사는 65.3%(1조1540억원→1조9070억원) 수준을 보인 하나금융이었고 이어 51%(2조2708억원→3조4295억원)인 신한금융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비이자익이 1조1490억원에서 1조950억원으로 약 540억원(4.7%) 가량 감소했다.
특히 비이자익에 ‘상생금융 시즌2’로 불리는 이자 캐시백 조치 관련 자금이 반영됐다는 점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각 사에 배당된 전체 상생금융 지원금의 80~90%를 4분기 실적에 반영, 재원 규모만큼 비이자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각 사 실적 자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한 상생지원금 규모는 약 1조4억원 가량이다. 해당 재원은 ‘일회성 비용’의 명목으로 비이자익에 반영되면서, 지표상 비이자익 감소로 처리됐다. 즉, 상생지원금이 없었다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비이자익 합계는 11조원 대에 진입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전반적인 가계대출 감소세로 이자익 감소가 예상되면서, 대다수 지주사가 전략적으로 비이자익 확대에 집중한 바 있다”며 “특히, 비이자익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수수료 수익이 일제히 개선되면서 긍정적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이자익 비중 감소도 ‘기대’
이같은 비이자익 개선이 금융지주사들의 또 다른 오랜 과제였던 이자익 편중 현상의 개선으로 일정 부분 연결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에 따른 또 한 번의 역대급 이자익 시현으로 이자익 편중 현상의 심화가 예상됐지만 오히려 전체 영업익 대비 이자익 비중은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총영업이익은 51조2737억원으로, 이 중 이자이익(40조655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79.2%였다. 이는 지난 2022년 4대 금융지주의 영업익 합계(46조6630억원) 중 이자익(39조8152억원)의 비중인 85.3% 보다 6%p(포인트) 가량 낮아진 수치다.
다만, 이같은 비이자익 비중 개선이 실제 비이자익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증권‧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따른 결과는 아니라는 점은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사의 당기순이익 총합계는 14조9682억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핵심 계열사인 주요 시중은행의 당기순익(12조3217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2.3%에 달한다. 지난 2022년 4대 금융지주사의 전체 당기순익(15조5309억원)에서 은행 합계 순익(12조29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77.4%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은행 비중이 5%p 가량 확대된 것이다.
바꿔 말하면 같은 기간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 또한 2022년 22.6%에서 지난해 17.7%로 1년 사이 4.9%p 가량 줄어들었다.
실제 4대 금융지주사 내 주요 카드 계열사들의 실적은 전년 대비 나란히 3~10%가량 감소했고, 증권 계열사들 또한 상당수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그나마 IFRS 개선 효과로 보험계열사의 실적은 다소 개선됐지만 관련 효과가 소멸될 올해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이자익 개선세, 올해도 지속될까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올해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촉발된 불완전판매 이슈 등 주요 현안이 비이자익 개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가운데, 상당수 수수료 수익이 발생하는 고위험군 투자 상품에 대한 판매가 사실상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전체 비이자익에서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90%를 넘어서는데, 이 중에서도 펀드, ELS 등 투자상품을 포함한 신탁상품의 비중은 대략 15~30%에 이른다.
물론 ELS상품을 제외한 투자상품에 대해서는 아직 판매 중단과 같은 조치는 고려 대상이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현재 금융당국이 사실상 이번 홍콩ELS 이슈를 불완전판매로 결정한 데다, 이후 자체 배상 등의 조치도 예상되는 만큼 자연스레 영업점을 중심으로 투자상품 판매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ELS 상품뿐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은행에서 취급하는 신탁상품은 전체 수수료 수익에서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해당 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수수료 수익 감소 나아가 전반적인 비이자익 제고도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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