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조건부 승인…美 경쟁당국 승인만 남아
양사 불확실성 해소로 주가에 긍정적 요인
티웨이·제주항공 수혜 속 LCC에도 플러스
유럽연합(EU)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마지막 관문인 미국 경쟁당국의 최종 승인만 남겨놓게 됐다.
당사자인 양사 뿐만 아니라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수혜 기대감이 커지면서 장기적으로 항공주들의 주가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매각, 파리(프랑스)·프랑크푸르트(독일)·로마(이탈리아)·바르셀로나(스페인) 등 유럽 4개 노선의 운수권(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 및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횟수)을 이관하는 조건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EC의 합병 승인으로 최종관문인 미국 정부의 승인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하며 두 대형 항공사뿐만 아니라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LCC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호재성 소식에도 항공주들의 주가는 엇갈렸다. 14일 코스피시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장 대비 각각 1.48%와 8.76% 하락한 2만3300원과 1만30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강세 지속으로 인해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9일(종가 2만3000원)을 마지막으로 2만2000원대에서 형성됐던 대한항공의 주가는 이달 들어 다시 2만3000원선에 올라선 상태다.
지난달 1만1000~1만2000원대에서 형성됐던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이달 들어 1만3000원대와 1만4000원대를 연이어 돌파하면서 지난 13일에는 1만427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최근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14일 급락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 8거래일만에 주가가 7.25%(1만2140→1만3020원)나 올랐다.
항공주 중에서도 티웨이항공의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14일 티웨이항공은 전일대비 2.20% 상승한 3020원에 마감하며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올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지속하다 이달 들어 다소 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운수권 이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는 모습이다.
티웨이항공은 EC가 승인 조건으로 내세운 대한항공의 운수권 및 슬롯 이관으로 4곳의 유럽 노선 신규 취항이 가능해졌는데 증권가에는 이로 인해 회사의 올해 매출이 최소 3000억원,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던 제주항공도 반등 가능성이 있다. 14일 제주항공의 주가는 전장대비 60원(0.52%) 오른 1만1530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4거래일 만의 상승이었다.
이날 항공주들간 주가가 엇갈렸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항공주들 전반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주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온 합병 불확실성이 대거 해소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아시아나항공도 불확실성 제거로 재무구조 개선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노선 운수권 및 슬롯 이관을 받게 되는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유력 인수 후보인 제주항공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장기적으로는 양사간 합병 성사로 합쳐지게 되는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자회사 LCC들에게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미국 경쟁당국 승인 절차와 티웨이항공의 유럽 4개 노선 취항은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보여 티웨이항공은 이들 중 가장 빠르게 직접적인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 후보군으로 제주항공·에어프레미아·에어인천·이스타항공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제주항공이 유일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수혜는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미국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EU의 경우처럼 조건부로 이뤄지면 더 커질 수도 있다.
이번에 EC가 지적한 4개 여객 노선은 이미 지난 2022년 공정위가 경쟁제한노선으로 판단해 대한항공에 시정조치를 요구한 6개 노선에 포함돼 있었고 당시 공정위는 뉴욕·LA·시애틀·샌프란시스코·호놀롤루 등 미국 5개 노선을 경쟁제한노선으로 판단해 역시 시정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이미 시정조치를 약속한 노선들에 대해서는 유럽과 유사한 방식(화물 분리 및 여객 신규 사업자 진입에 협력)으로 미국과도 해법을 찾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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