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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4.맨해튼의 새 랜드마크 ‘더 베슬’

이투데이 조회수  

백남준포럼 대표·이상아트 대표


‘뉴욕의 에펠탑’ 명성 얻었지만
‘디자인美-안전’ 사이 논란일어

허드슨야드 프로젝트의 핵심 건물
도시미관 추구…계단에 난간 없어
잇단 사고로 안전성 보강 여론커져

예술도시 뉴욕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공건축물을 꼽으라면 영국 건축가이자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토머스 헤더윅의 ‘더 베슬’(The vessel)이 있다.

베슬(Vessel, 약자 TKA)은 ‘뉴욕의 에펠탑’이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로 대중에게 큰 화제를 몰고 온 구조물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큰 부동산 프로젝트 중 하나인 허드슨 야드 재개발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토머스 헤더윅이 설계한 정교한 벌집 모양의 외관을 갖추고 있다.

맨해튼의 옛 철도 부지를 정원이 딸린 공공 광장으로 조성하여 주변 이웃들과 공유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의 핵심 랜드마크 건축물로서 그 역할을 부여받았다.

지상 16층 정도의 높이에 계단 2500개로 구성된 벌집모양의 ‘베슬’. 2019년 3월 개관해 뉴욕의 랜드마크로 사랑받았으나 안전장치 확보 문제로 잠정폐쇄 중이다. 사진제공 집닥

옛 철도부지 재개발해 광장 조성

조형물이자 건축물로서 뉴욕의 도시 경관을 새롭게 만들어낸 베슬을 설립하는 데 약 2억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었다. 총 46m, 지상 16층 정도의 높이로 계단 2500개로 구성된 베슬은 전망대 기능을 갖춘 구조물로서 계단을 오를 때마다 층별로 다양한 외부 경관을 느낄 수 있다. 뉴욕 시민들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으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2016년에 이 구조물의 콘셉트가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어 미국으로 출하된, 유럽 제작 미국 설치 작품으로 2019년 3월 15일에 첫 방문객을 맞이하였다. 오프닝과 동시에 허드슨야드 공공 광장에 독보적인 외관과 배치로 대중과 비평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몇몇은 그 구조가 실용성 없이 너무 사치스럽다고 비웃기도 하였다, 베슬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겐 벌집 건물로 익숙한데 실제로는 메탈 외관 소재들이 거울처럼 관람객을 비추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우주선과도 같은 모양새라고 평한다.

이 구조물은 허드슨 야드의 개발사 대표인 스티븐 로스가 획기적이고 기념비적인 것을 디자이너에게 의뢰하여 탄생하였다. 처음에 이 제안은 다섯 명의 예술가들에게 모두 거절당할 정도로 허무맹랑한 것이었다. 다행히 그중 한 명이 디자이너를 소개했고 제안이 받아들여져 지금의 대형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관람객이 꼭대기까지 타고 올라가 탐험하듯 즐길 수 있는데 꼭대기에서는 허드슨 강이 내려다 보인다.

사실 베슬은 이 건축물의 임시 명칭이었다. 오픈 후 대중의 제안을 받아 정식 명칭을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2021년에 자살자 지속 발생을 사유로 하여 잠정 폐쇄되어 명칭 또한 베슬로 남겨졌다.

공공건축물 베슬은 디자인적 미관 보존과 예산압박의 이유로 안전보강에 대한 논의를 무시한 채 개장되어 총 4차례의 투신사고 현장으로 전락했다. 안전장치 없이 계단으로만 이뤄져 관람객들의 사고 우려가 컸던지라 뉴욕 지역 주민위원회가 추락 방지용 난간의 추가 설치를 요청하였으나 베슬 운영사는 다른 방안을 택하였다. 안전 요원 수를 늘리고, 방문객 1인 입장 불가와 입장료 10달러 징수, 자살 예방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다각도 노력을 하였으나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디자이너 스튜디오 측과 운영사 측의 발표에 따르면 기술적으로 높은 난간 설치를 확정하지 못해 언제 재개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사망사고 잇따라 잠정폐쇄돼

디자이너의 작가 정신 발현인지, 구조물 설치의 기술적 한계인지, 운영사의 예산 추가 책정의 곤란함 때문인지 베슬의 무기한 폐쇄의 정확한 사유를 알 수 는 없으나 도시의 상징물로 자리매김한 건축물들의 안전 설치물 보강 건은 빈번한 이슈이기도 하다.

뉴욕시의 유명 전망대로 베슬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장소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록펠러센터의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은 관람객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보강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지금도 각광받는다.

뉴욕 거대 마천루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꼭대기 전망대는 102층에 있는데 1931년에 건축되어 지금까지도 맨해튼의 명물로 손꼽힌다. 영화 킹콩의 주요 장면으로 유명한 이 빌딩의 전망대는 1986년에 미국의 역사적 건축물로 지정될 만큼 유서가 깊다.

무엇보다도 관람객 안전 최우선을 공표하며 전망대 대기공간을 넓게 배치하였고, 전망대 야외 데크에는 2m 이상의 높은 철조망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면서, 관람객 시야를 폭넓게 확보해준다.


‘자살사고’ 금문교도 철망작업 중

록펠러센터 전망대의 경우 70층에 위치해 있는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모습을 보려고 록펠러 센터 전망대를 찾는 이들도 많다. 이곳 전망대에는 성인남자 평균 신장을 훌쩍 넘기는 높이의 투명 유리벽이 둘러쳐져 있어 관람객의 가시거리를 확보하면서도 안전사고를 방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 총 2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록펠러센터 전망대는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층간이동이 가능한데 망원경과 벤치를 활용하여 차분하게 맨해튼 모습을 내려다 보기 좋은 장소로 유명하다.

전망대 외에,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역시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자살사고를 방지하고자 2017년에 철망을 추가 설치하기로 결정하였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반대파 논쟁도 거셌지만 인명사고 경감을 위하여 약 2300억 원 규모를 투입하여 2025년까지 철망 보강 작업을 완공할 예정이다. 뉴욕대학교 밤스트 도서관 측은 12층 발코니 투신 사고 방지를 위해서 높이 2m 이상의 난간을 설치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예술작품으로 가치가 높은 구조물이든, 도시의 상징이 되는 건축물이든 안전이 배제된 미관은 대중적 공감을 받기가 쉽지 않다. 예술적 경관 유지 및 보존도 중요하지만 방문객의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함에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안전 장치 추가 설치 대책이 속히 마련되어 뉴욕시의 공공미술 걸작품으로의 베슬을 하루빨리 다시 만나길 기대한다.

백남준포럼 대표ㆍ유럽문화예술콘텐츠연구소 소장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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