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을 잃은 부동산 시장이 앞으로도 한동안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고금리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연초 발표된 ‘1·10 대책’이 단기적으로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5일 부동산 시장 전문가 6인은 본지의 설문 조사에서 정부가 1월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집값 내림세와 거래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렇다 할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어내기는 역부족인 상태란 것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책 발표 전후로 주택가격 변동률에 큰 변화가 없고 노후단지가 밀접한 지역도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며 “그동안 재건축 가격 상승에서 소외됐던 일부 1기 신도시와 노·도·강 일부에서 부분적으로 호가 상승이 있었지만, 실제 거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대출한도 축소 등으로 수요가 위축된 최근 상황을 고려할 때 공급 활성화 방안인 1·10 대책이 1~3개월 내 단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1~2년 뒤 시장 수요가 살아날 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절벽 수준인 주택 거래 역시 크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달 전국 아파트 거래량이 작년 11·12월보다 증가했지만, 실거주 의무와 주택시장 침체 등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 인하 시점까지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올해 상반기 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에 기대기 힘든 데다 거래 활성화도 쉽지 않아 집값은 약세를 지속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美 IAU 교수)은 “신생아 특례대출, 바닥 인식 확산 등으로 지난달부터 매수자가 늘고 있고 앞으로도 거래량은 조금 더 증가하겠지만, 집값 상승으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라며 “신생아 특례대출 등의 수요가 강남 핵심지역이 아닌 가격 조정이 가능한 서울 외곽 지역이란 점에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연구위원은 “바닥권에서 거래되면 가격은 내려간다”며 “전국 어디를 막론하고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나마 서울 지역과 아파트는 약보합 수준에 그치거나 소폭이라도 오름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빌라를 포함한 비아파트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암울하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여파에서 회복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여 올해도 거래와 가격이 살아나기보다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 반사이익으로 아파트 쏠림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난해 운영된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정책 대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 수석연구원은 “신생아 특례대출은 수혜자와 적용 대상 주택이 한정적이라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에 비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고금리가 주택 구매의 큰 걸림돌이란 점을 생각할 때 금리가 낮은 정책 대출 대상 확대가 시장의 활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토대로 산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는 38만7415건으로 전년보다 12만9435건 늘었다. 2020년(22만2028건), 2013년(15만9213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고금리 상황에서 저금리로 제공된 특례보금자리론 원동력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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