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영업이익 1조 원을 넘는 ‘1조 클럽’ 증권사가 3년 만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부동산 손실, 차익결제거래(CFD) 등 여러 악재들이 고스란히 증권사 실적에 반영되면서다.
부동산 관련 위험은 올해도 증권업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해 충당금을 통해 이미 실적에 관련 위험을 반영한 만큼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나오고 있다.
14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주요 증권사 8곳(미래에셋, NH투자, 삼성, KB, 하나, 메리츠, 신한투자, 대신증권)의 실적 공시를 종합하면 지난해 연결기준 합산 순이익은 2조3669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합산 순이익(3조1291억 원)보다 24.4% 가량 줄었다.
잠정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8곳 가운데 4곳은 순이익이 증가했고 4곳은 줄었다. 8곳 가운데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곳은 한 곳도 없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 몇몇 대형 증권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증권사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2020년 미래에셋 증권이 업계에서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넘긴 뒤로 2021년(미래에셋, 삼성, NH투자, 키움증권), 2022년(메리츠증권)에는 일부 증권사가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1회성 비용이 올해 증권사 실적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차익결제거래(CFD) 등 신용상품 미수금 사태가 손실로 이어지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키움증권이 대표적이다.
키움증권은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영업이익 8416억 원을 내며 1조 원 돌파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 등으로 지난해 4분기 1천억 원대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젠투(Gen2)신탁’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사적화해 충당부채와 기저효과를 반영하면서 전년보다 75.5% 낮은 순이익 1009억 원을 냈다.
부동산시장 업황이 악화하면서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과 해외부동산 평가손실도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증권사들에게 타격을 입혔다. 증권사들은 1회성 손실을 4분기에 몰아 인식하면서 잇따라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순손실 2673억 원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부동산 PF관련 충당금과 해외 IB자산 평가손실이 반영됐다.
미래에셋증권도 태영건설을 포함한 PF충당금과 해외 IB자산 평가손실을 반영하면서 전년 대비 57.8% 감소한 298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메리츠증권도 5900억 원 순이익을 내면서 전년 8281억 원에서 28.8%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부동산 노출도가 낮은 증권사들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B증권과 NH투자증권이 지난해 각각 순이익으로 3880억 원과 5530억 원을 올렸다. 2022년보다 각각 99.2%와 82.6% 늘었다.
삼성증권(29.7%), 대신증권(18.7%) 등 리테일 부문 기여도가 높거나 전통IB 부문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들의 실적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본격화하면서 해외대체투자 노출도가 높은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실적 부담이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정부가 PF 구조조정 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PF 부실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당금 추가적립이 증권사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우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이어 해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해외대체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증권사의 경우 실적 부담은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선제적으로 1회성 비용을 대거 인식한 만큼 올해에는 실적이 반등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기저효과에 더해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정부 정책에 힘입어 올해 리테일 영업환경이 양호할 것이란 판단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PF 및 해외투자자산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 적립과 부실채권 상각으로 대다수 증권사의 큰 폭의 적자 인식이 예정돼 기저효과가 존재한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예고에 따른 시장의 관심 확대도 기대감의 이유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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