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부동산 신탁사들의 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경기 호황 때 차입형토지신탁과 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사업을 확대했던 신탁사들이 고금리와 분양경기 악화가 지속되며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신용등급을 기존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책임준공형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신탁사 자금 투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차입형 사업에서는 시공사 부실 위험이 커지며 신탁계정대(부실사업장에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비용) 부담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미분양 등으로 사업비를 회수하지 못하면 신탁계정대는 신탁사 손실로 반영된다.
업계 최상위 자본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한국토지신탁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재무 안정성 우려가 신탁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14개 신탁사 신탁계정대 총합은 2022년 12월 말 2조5698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801억원으로 58.8% 급증했다.
무엇보다 2021~2022년 수주가 크게 늘어난 책준형 사업장들 가운데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곳이 많다는 점이 위험 요소로 꼽힌다.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들이 경기가 좋던 2021~2022년에 공격적으로 수주한 사업 현장은 쌓여 있는데, 이들 사업장 분양률이 상당히 저조한 것이 문제”라며 “분양대금을 받아 사업자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분양이 안 되면서 사업비를 자기자본으로 충당하는 비중이 높아져 재무 상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4월 A-(안정적) 등급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실적 저조로 재무안정성이 악화되면서 4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4월 BBB+(안정적) 등급을 받은 한국투자부동산신탁과 지난해 6월 A-(긍정적)를 받은 한국자산신탁도 강등 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의 신탁계정대는 지난해 1월 1579억원에서 9월 2457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한국투자부동산신탁(561억원→1546억원)과 한국자산신탁(2240억원→4415억원)은 각각 3배, 2배 늘었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자금 조달 이자 부담이 커지며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 3년 만기 회사채(일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에서 A-로 떨어지면 금리는 4.92%에서 5.35%로 오른다. A-에서 한 단계 낮은 BBB+는 7.96%, BBB는 9.00% 수준이며 BBB- 이하로 떨어지면 금리가 10%를 넘어선다.
신탁사 관계자는 “기존 사업장 부실 위험이 커지는 동시에 작년부터는 차입형, 책준형 사업 수주 규모가 크게 줄어들어 수익 저하로 연결되므로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부동산 신탁사 전반으로 신용등급 하향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신탁사들이 차입형과 책준형 대신 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했는데 실제 착공이 이뤄지지 않아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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