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돈 \’쇼크\’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우려감이 확대 중이다. 코스피 지수는 장 초반 2600포인트 붕괴 직전까지 밀렸고, 원·달러 환율은 1340원까지 급등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채 금리마저 상승세를 나타내며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22포인트(-1.10%) 하락한 2620.42로 마감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078억원, 1085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기관이 5352억원을 순매도 했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8.14포인트(0.96%) 오른 853.29로 거래를 종료했다. 개인은 126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60억원, 585억원을 팔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7원(0.53%) 뛴 1335.10원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시장이 코스닥에 비해 부진한 이유는 그간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따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의 랠리로 코스피 지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한 영향 때문이다. 다만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 강화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 약화 등으로 2601.99포인트, 831.56포인트까지 밀렸던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낙폭을 축소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휴 이후 국내 증시는 외국인의 적극적인 순매수 속에 양대 지수 모두 강세를 보였으나 미국의 1월 CPI 쇼크 영향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 클 것”이라며 “다만, 연초 이후 5조 원 가까이 누적 순매도를 기록한 개인의 매수세가 하방을 일부 제한시킬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우리나라 국채 및 회사채 금리도 상승세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에 연동된 흐름을 나타낸 탓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오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0.5bp(1bp=0.01%포인트) 오른 3.45%를, 국고채 10년물도 8.5bp 뛴 3.53%를 기록했다. 신용등급 \’AA-\’ 무보증 회사채 3년물도 10.3bp 상승한 4.17%를 기록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 부진은 전날 발표된 미국의 1월 물가상승률이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시장에 실망감을 던졌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CPI는 전년 대비 3.1%로 예상치인 2.9%를 상회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ore CPI)는 3.9%로 예상인 3.7%보다 높았다.
미국 시장도 요동쳤다. 미국의 2년물 국채금리는 19.5bp 오른 4.66%를 기록했고, 5년물은 19.0bp 뛴 4.32%에서 거래됐다. 또 달러인덱스도 전날보다 0.68% 오른 104.879포인트를 기록했다.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도 각각 1.35%, 1.37% 하락한 3만8272.75포인트, 4953.17포인트로 마감했다. 금리에 더욱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0% 밀린 1만5655.60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은 지난해와 같이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지나친 우려는 기우라는 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번 CPI 여진이 증시에 중간중간 가격 되돌림을 만들어낼 소지가 있지만 단기 과열 신호가 등장한 상태였기에, CPI가 조정의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며 “현시점에서 추가적인 지수 하락이 나타나더라도 9~10월처럼 매크로 악재로 인한 가격 조정이 재현될 확률은 낮으며, 적어도 3월 FOMC까지는 기간 조정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CPI가 높게 발표되며 증시가 급락했지만 이는 증시 레벨 부담이 느껴질 만큼 많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며 “코스피 지수는 주가수익비율(P/E) 배수나 정책 효과를 어림셈해도 현 수준이면 충분한 레벨로. 잠시 쉬며 2분기 금리인하를 대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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