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지방은행들의 2023년 순익이 모두 전년도보다 뒷걸음질 치면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서 미래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충당금전입액을 대폭 늘린 것이 주된 이유였다.
지난해 충당금전입액을 늘리면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긴 했지만, 이것이 올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방은행 특성 상 거점지역의 경기, 특히 부동산 경기가 순익과 직결되는데 올해에도 녹록지 않은 한해를 보낼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지방은행 수익성 뒷걸음…충당금 ‘발목’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이 벌어들인 순익 규모는 1조444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조5500억원과 비교해 6.8%감소한 수준이다.
5곳의 지방은행 모두 지난해 3분기까지는 ‘선방’하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4분기에 실적이 크게 뒷걸음질치면서 순익규모가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흐름이 나타난 이유는 충당금때문이다. 5곳의 지방은행 모두 4분기 들어 충당금전입액규모를 대폭 늘렸고 이것이 4분기, 나아가 연간 순익을 갉아먹는 주 요인이 됐다.
실제 이들 지방은행들의 2023년 충당금전입액 규모는 1조3482억원으로 연간 순익에 육박할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 충당금전입액 7314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역대급 ‘충당금’의 이유
5곳의 지방은행이 모두 충당금 전입액을 대폭 늘린 이유는 거점지역 경기 상황에 기인한다.
주요 시중은행인 하나, 국민, 신한, 우리, 농협은행의 경우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을 50대 50으로 맞추는 편인데 지방은행의 경우는 기업대출 비중이 높다. 거점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과의 거래가 핵심 영업망이라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원화대출금 중 기업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부산은행 64%, 경남은행 67%, 대구은행 61%, 전북은행 55%, 광주은행 59%로 일반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국내 경기가 침체하다 보니 거점지역 기반산업에 뿌리를 둔 기업들 역시 흔들리기 시작했고 이들에게 대출을 집중공급한 지방은행들이 충당금 전입액을 늘릴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꺾인 것이 치명적이었다. 지방은행들이 취급한 기업대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제조업 등 기반산업이 아닌 부동산업종이다.
지난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위기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특히 지방의 경우 수도권 등에 비해 부동산 경기가 더욱 악화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마저 줄줄이 아파트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부동산 관련 대출 취급액이 많은 지방은행에 부동산 경기 악화는 대규모 충당금을 쌓는 원인이 됐다.
올해도 ‘부동산’이 열쇠
결국 지방은행들의 올해 실적 반등을 위해서는 거점지역의 부동산 경기가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의 기대와는 달리 지방 부동산 경기가 회복될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목표만 봐도 여실히 드러난다. 국내 시공능력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20~30% 가량 낮춰 제시했다. 건물을 덜 짓겠다는 얘기다. 나아가 일부 건설사는 수도권 위주의 사업장에 집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지방 부동산 경기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곳 지속적인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방은행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이 취급한 여신 중 상당한 규모가 거점지역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부동산PF 사업장, 민간 주택 등 지역 부동산 경기가 전방위적으로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에도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나마 정부는 물론 각 지역 지자체 등이 나서 부동산 경기 회복을 핵심으로 하는 부양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같은 계획이 실제 부동산 경기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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