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온난화로 육지 머무는 기간 길어질수록 기아 위험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후변화로 북극해의 얼음(해빙. sea ice)이 녹아 북극곰이 육지에 발이 묶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바다표범 등을 사냥하지 못한 북극곰들이 기아 위기에 직면할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앤서니 파가노 박사팀은 14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 지역 북극곰 20마리의 여름철 활동과 신체 변화 등을 추적한 결과 거의 모든 북극곰이 하루에 평균 약 1kg씩 체중이 줄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북극곰이 온난화로 해빙이 없어지는 기간이 길어지는 것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육지에서 충분한 먹이를 찾지 못해 기아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북극은 지속적인 기후 변화로 해빙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새끼를 낳고 젖을 떼는 동안 해빙 위에 머물며 지방이 많은 바다표범 등을 주로 사냥하는 북극곰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극곰은 해빙이 없는 기간에는 육지에서 생활하며 에너지 절약을 위해 동면 상태처럼 지내거나 열량이 높지 않은 육지 식물을 먹거나 동물을 사냥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019~2022년 해빙이 없는 기간(8~9월)에 캐나다 매니토바주 서부 허드슨만에서 카메라와 GPS 추적기를 부착한 북극곰 20마리를 이용해 하루 에너지 소비량, 체질량 변화, 먹이, 행동, 움직임 등을 19~23일간 관찰, 분석했다.
그 결과 북극곰들은 육지에서 동면 상태 유지, 움직임 줄이기, 열매 먹기, 조류 사냥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면 상태를 유지한 개체부터 계속 움직인 개체까지 관찰 기간 활동량은 개체별로 최대 19배나 차이가 났고, 하루 에너지 소비량도 5.2배나 차이를 보였다. 이런 행동 차이는 나이, 성별, 임신 여부, 초기 체중 수준 등과 관련이 없었다.
육지 행동이 개체별로 이처럼 큰 차이를 보였지만, 모두 열량 높은 먹이를 구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어 20마리 중 19마리의 체중이 하루 평균 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가노 박사는 “육지에서 북극곰의 행동은 매우 다양했고 그 결과 개체별 에너지 소비량도 큰 차이를 보였다”며 “육지의 먹이가 약간의 도움이 됐겠지만, 북극곰들은 궁극적으로 이런 먹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는 해빙이 없는 동안 북극곰이 육지에서 먹이를 찾는 게 굶주림을 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온난화가 심해져 해빙이 줄어들수록 북극곰이 기아에 직면할 위기도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출처 : Nature Communications, Anthony Pagano et al., ‘Polar bear energetic and behavioral strategies on land with implications for surviving the ice-free period’, 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446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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