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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조합-건설사 ‘공사비 전쟁’…누가 재건축될 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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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공사비 전쟁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힘겨루기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자잿값 인상, 단지 고급화 등에 따라 비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 갈등의 배경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공사비를 올리지 않으면 건설사의 ‘입질’조차 들어오지 않는 정비사업장도 늘고 있다. 공사비 인상 바람이 불수록 정비사업 조합의 부담이 커지고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묘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강남에서 재건축하려면…’평당 800만원’ 기본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줄줄이 공사비 인상에 나섰다. 시공사와 이미 계약을 했어도 자잿값, 물가 인상 등을 반영해 공사비 변경 계약을 체결하는 추세다.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에 2조6363억원(2019년 5월 산출 기준)에 책정했던 공사비를 4조776억원(2023년 8월 기준)으로 증액해달라고 요청했다. 

약 4년 만에 54.7% 인상한 수준으로 3.3㎡(1평)당 기준으로는 약 548만원에서 약 829만원으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당초 책정 시기에 비해 물가가 급등한 데다 46개 동, 5440가구에서 50개 동, 5002가구로 공사 내용이 바뀐 게 공사비 인상을 요구한 배경이다. 

비슷한 이유로 시공사들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갈등이 빚어져 사업 추진이 미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단지 역시 2017년 시공사를 선정한 뒤 2022년 1월 이주를 마쳤지만 조합 내홍, 공사비 책정 문제 탓에 아직 착공하지 못했다.  

조합 집행부가 이달 3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에 따르면 조합은 3월 말 착공을 목표로 현대건설과 공사비 증액 내용을 검토중이다. 협상을 통해 비용을 일부 조율할 순 있겠지만 착공 목표를 잡아놓은 만큼 시공사의 요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협상할 가능성이 높다.

서초구 신반포22차는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공사비를 평당 1300만원 선에서 협의중이다. 이 단지 역시 2017년 시공사 선정 당시 평당 약 500만원의 공사비를 책정했으나 원자잿값 상승, 고급(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등에 따라 7년 만에 3배 가까이 높아진 수준에서 협상중이다. 

최고 35층, 2개 동, 160가구의 소규모 단지라는 점에서 조합원들의 부담이 클 전망이다. 다만 일반분양 물량이 28가구라 상한제에서 제외되는 만큼 분양가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남 주요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 인상 현황./그래픽=비즈워치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는 재건축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공사비 인상을 두 차례 요구했다. 2021년 평당 510만원에서 665만원으로 한 차례 인상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원자잿값 인상, 설계변경, 문화재 발굴 등을 이유로 평당 89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이 추가 인상은 할 수 없다고 맞서면서 사업 일정은 또 한 번 연기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분양을 진행하고 2025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었으나 다시 안갯속이 됐다. 

시공사를 찾지 못해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정비사업 조합도 늘고 있다. 송파구 잠실우성4차(825가구)는 평당 공사비 760만원에 입찰을 진행했으나 실패해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6.6% 올려 진행하기로 했다. 

강남권에선 ‘평당 공사비 800만원대’가 굳혀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불안 등이 작용하면서 공사비를 높여도 시공사들의 움직임이 적어 향후 공사비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초구 신반포27차(156가구)는 평당 907만원에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해법 없나’…한숨 커지는 수요자들 

이 같은 추세에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꺾이는 분위기다. 정부가 “재건축을 ‘규제’가 아니라 ‘지원’하겠다”고 나섰는데도 그렇다. 공사비를 올려주지 않아 사업이 장기화될수록 손해보는 건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원자잿값, 물가 인상 등도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12월 153.26(잠정치·2015년 100 기준)으로 1년 새 3.2% 상승했다.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그래픽=비즈워치

건설공사비 지수는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주요 건설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2021년 14.0%, 2022년 7.0% 올랐다. 2020년 말(121.80)에 비해 3년 새 25.8% 뛰었다. 

사실상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약 시 ‘총공사비’로 두루뭉술하게 비용을 설정한 데다, 비용 변동이 있을 때 비전문가인 조합이 검증하기엔 전문성이 부족해서다. 

이에 한국부동산원에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도 늘었다. 이 의뢰 건수는 2019년 3월 시작 이후 첫해는 연간 2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한 해 30건까지 늘었다. 이는 검증을 완료한 건수로 접수 건수는 이보다 더 많다. 올해는 아직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2건의 검증이 완료됐다. 

그러나 부동산원 검증도 ‘만능 키’는 아니다. 설계도 등 계약 내용이 부실한 데다 검증 범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사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서 사업이 장기화되고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분양가 인상 우려도 높다.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 등을 일반분양가에 전가하면서 결국 청약 대기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용면적 84㎡ 평균 분양가는 지난해 1년새 6463만원이 올랐다. 

국토부는 이런 공사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달 정비사업에 특화된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한 데 이어 추가 대책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6일 건설업 유관 단체들과의 간담회 직후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부 내에서 이 문제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해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선 ‘묘수’를 기대하고 있다. 건설사들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도록 기준을 명확화하고 적극적인 갈등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일반분양이 미뤄지고, 추가분담금에서 나아가 경매로 넘어가거나 조합 거버넌스의 안정성이 무너지게 될 수 있다”며 “하루빨리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기존에 발표한 것처럼 표준공사계약서를 적극 활용하고, 아울러 대한상사중재원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등 공정성이 담보된 중재 기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중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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