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이자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가상자산 채굴업체의 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의 채굴 보상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오는 4월 도래할 예정이지만, 이 시기 이후 코인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채굴사 주식에 투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사인 비트코인 채굴사 마라톤디지털은 전날보다 14.2% 뛴 27.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5일 연속 이어진 상승세다. 지난 5일 16.64달러에 마감했던 마라톤디지털은 5거래일 만에 63.9%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다른 주요 비트코인 채굴사 주식도 강세를 보였다. 라이엇플랫폼스는 지난 6일부터 5거래일 연속 오르며 5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이리스에너지도 5일간 89.9% 뛰었다. 클린스파크의 경우 지난 5일 7.76달러에 거래됐지만, 12일 16달러에 마감하며 2배 넘는 수준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의 주가는 비트코인 가격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승인한 이후 한동안 비트코인 가격이 약세를 보이자, 마라톤 등 주요 채굴사 주가도 약 한 달 동안 큰 폭의 조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뉴욕 증시에 상장된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에 꾸준히 신규 투자 자금이 들어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24일 4만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며칠간 꾸준히 오름세를 지속하며 12일 5만달러를 돌파했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업체인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5일 4만2500달러에서 전날 5만달러로 약 18% 상승했다.
최근 채굴업체 주가가 비트코인보다 훨씬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은 다가올 비트코인 반감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달 초 미국 금융사인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지난 세 차례의 반감기와 비교해 올해는 비트코인이 더 빠른 시기에 상승하기 시작했다”면서 “채굴업체 주식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감기란 비트코인의 채굴량이 평소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시기로 보통 4년 주기로 돌아온다. 지금껏 비트코인 채굴업체 입장에서 반감기는 악재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채굴업체들은 여러 대의 고성능 컴퓨터와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해 블록을 생성하고 비트코인을 받는데, 반감기에는 보상으로 돌아오는 비트코인 수량이 절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오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채굴을 통해 얻는 비트코인 수량이 절반으로 감소해도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오히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실제로 지금껏 세 차례의 반감기가 지난 후 비트코인 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최초 반감기였던 2012년 11월 당시 12달러에 거래됐던 비트코인은 다음 해 가격이 1100달러를 넘어섰다. 두 번째 반감기인 2016년 7월 약 658달러에서 1년 만에 2838달러까지 상승했다. 직전 반감기인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은 약 8755달러에서 5만6413달러로 뛰었다.
이를 근거로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오는 4월 반감기 이후에도 비트코인이 당분간 강한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기관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는 점도 반감기 이후 상승세를 점치는 이유로 꼽힌다.
가상자산 분석업체인 크립토퀀트의 주기영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X(트위터)에 “올해 ETF로 자금이 유입돼 비트코인 가격이 11만200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서 나오는 비트코인 매도 물량이 최근 감소하면서 가격 프리미엄도 최근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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