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개혁신당 이름으로 세워진 제3지대 ‘빅텐트’를 향한 기대감과 비판적 시각이 엇갈린다.
양당 정치로 대변되던 기존 정치 문법의 틀을 깨고 새로움에 대한 기대를 주고 있다는 측면은 개혁신당의 장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이라는 점에서 조직력 미비’이념적 선명성 부족 등 한계가 뚜렷하다는 시각이 많다.
13일 정치권의 분석을 종합하면 3지대 빅텐트를 세운 개혁신당의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 가운데 우선 강점(Strength)으로는 ‘넓은 정치적 스펙트럼’이 꼽힌다.
2030세대 남성들의 높은 지지를 얻은 이준석 공동대표부터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까지 모두 한 텐트 안에 들어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한 인사들도 함께했다. 최장수 국무총리 출신으로 민주당 내에서 중도적인 스텐스를 취하던 이낙연 전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에 대항하던 ‘원칙과상식’의 김종민’이원욱’조웅천 의원, 그리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밀어붙이려는 당론에 반대 목소리를 내며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 민주당에서 탈당한 뒤 한국의희망을 창당했던 양향자 의원 등이 개혁신당 이름으로 뭉쳤다.
국민의힘 출신으로는 김용남 전 의원과 허은아 전 의원 등이 가세해 개혁신당에는 거대 양당 출신부터 소수정당 인사까지 망라돼 제3지대 정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와 함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여성 경찰’소방 공무원의 병역의무 추진’ 등 기존 양당과 달리 사회적 시류를 반영하는 공약들도 개혁신당의 지지세 확산에는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득권 정치세력에 도전하는 처지에서 사회적 비주류의 목소리를 받아들인다면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1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민주당이 대통령 부정 여론을 당 지지율로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런 빅텐트의 강점이 그대로 약점(Weakness)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개혁신당의 넓은 스펙트럼은 달리 말하면 ‘무색무취’, 즉 정치적 선명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빅텐트 전 개혁신당은 ‘보수’라는 이념적 색깔을 띤 공약들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선택의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연합(전장연) 회장의 부인인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가 개혁신당에 들어오면서 보수적 색깔의 공약은 더 이상 추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 세력들이 한 정당에 모여 있어 비례대표 순번과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여지도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후보 공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혁신당 내 소수 세력이 앞 순번을 원할 때에는 당내 갈등이 커져 분열이 생길 수 있다. 특정 세력이 빅텐트를 빠져나오게 되면 이것 역시 또 ‘실패’ 혹은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공천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신당의 다른 약점으로는 ‘조직력’을 꼽을 수 있다.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 세력은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인 조직력이 약하다.
이준석 대표가 인터넷 당원 모집으로 이를 보완하고 있으나 5천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 규모의 총선을 치르기엔 지역 조직이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국적 조직이 약하기에 선거를 치르면서 상대적으로 거대양당에 비해 비효율과 시행착오가 많아질 공산이 크다.
물론 기회(Opportunity) 요인도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운동권 청산 vs 검찰 독재 청산’ 등 이념 프레임 싸움에 매몰돼 있어 국민의 정치 피로도를 올리고 있는 점은 개혁신당에 기회 요소로 작용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과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은 현재 이념’프레임 논쟁에 빠져 있다. 한 위원장은 ‘586 운동권 청산’을 비대위원장 취임사에서 언급하면서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는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을 묶어 ‘검찰 독재’라고 맞선다.
아울러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 역정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을 띄우며 4월 총선을 ‘제2의 건국전쟁’이라고 바라본다. 야당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기 영화 ‘길위에 김대중’을 띄우며 지지층을 결집한다. 한 위원장과 이 대표는 각각 영화를 직접 관람하고 관전평을 남기기도 했다.
보수’진보 논쟁이 극장가까지 점령하면서 이념’프레임 논쟁에 지친 중도 유권자들에게 개혁신당은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에서 “개혁신당은 양당에 실망한 30% 이상의 국민에 새 선택지를 드린 것”이라며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지속가능한 국가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빅텐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뤄진 합당과 관련한 위협(Threat) 요인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가장 많은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던 이준석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세가 식어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힌다. 2030세대 개혁신당 남성 당원 사이에서는 이준석 대표를 향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것도 빅텐트 형성 뒤 합당 전 개혁신당의 정치적 정체성이 흐려진데 따른 실망감의 표출로 읽힌다.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등과 합당 발표 뒤 개혁신당에는 “말이 좋아 통합이고 연대고 합당이지 식용이라고 아무거나 막 넣어서는 맛있는 비빔밥이 안된다” “전 보수 이준석을 응원했지 진보 페미 이준석을 응원한 적 없다” 등 수백 개의 탈당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이준석 공동대표는 유튜브 라이브를 하면서 화난 민심을 달래려고 노력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이 대표가 합당의 당위성을 계속해서 설명하자 개혁신당 게시판과 관련 정치 커뮤니티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글로 뒤덮였다.
이에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과 당 게시판에 “당원과 지지 국민께서 분노하시는 것은 통합의 기조와 과정이 분명하거나 투명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여의도 문법에 매몰돼 무엇이 중요한지 경시한 것은 아닌지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물론 이 대표의 결정에 동의하고 지지를 보내는 지지자들도 여전히 상당하다. 다만 2030 남성세대을 중심으로 한 비판과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제3지대 동력의 주춧돌이 사라지는 것이라 이 대표 뿐만 아니라 제3지대 전체에게도 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주도했던 ‘제3당’ 국민의당의 실패 사례가 국민의 뇌리에 여전히 각인돼 있다는 점도 선거에서 악영향으로 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각자 다른 정당에서 온 인물들이기에 ‘금뱃지’를 달고 나면 기존 양당으로 돌아가기 어렵지 않은 데다 그런 사례가 많았기에 유권자들 입장에서 또 다시 흡수될 제3당이라면 또 지지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1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혁신당을 놓고 “일종의 영주권을 갖기 위해 위장결혼한 것과 같은 것 아니냐”며 “선거에서 배지를 다는 방법을 찾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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