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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 잡겠다던 국토부도 속절없이 당했다…전세금 떼인 전말

땅집고 조회수  

/조선DB

[땅집고]
깡통전세, 역전세난은 지난해 전세사기와 함께 부동산 뉴스를 장식했던 키워드입니다. 부동산 시세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매매가랑 전세가 차이가 거의 없어지다 보니 집을 팔아도 전세 보증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시장에 쏟아졌는데요. 전세사기꾼들은 이걸 사기에 악용하기도 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도 많았고요. 그래서 국토부가 “깡통전세 잡겠다” 하면서 예방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는데요. 국토부도 이 깡통전세로 인해 보증금을 떼였다는 겁니다. 국가마저도 보증금을 떼이는 상황에 일반인이라고 별수가 있겠나 싶기도 한데요. 국토부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말을 살펴보면 전국에서 발생하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 유형과 다르지 않습니다.

[땅집고] 국토교통부가 2019년 항공교통본부 관사로 사용했던 다가구주택. /카카오맵

항공교통본부라고 국토부 소속 기관이 있는데 이 기관이 대구에 있습니다. 2019년 국토부가 항공교통본부 직원 관사로 사용할 목적으로 본부 인근에 있는 4층짜리 다가구 주택 1가구를 전세금 6000만원에 빌렸습니다. 전세권 설정도 잊지 않았고요. 해당 건물은 1층은 상가, 2층부터 4층까지는 주거용으로 쓰는 일반적인 상가주택입니다. 그런데 이 건물이 지난해 11월 갑자기 통째로 경매에 넘어갔습니다. 건물을 지었던 2016년 7월 집주인에게 5억원을 담보로 빌려줬던 은행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인데요. 경매 개시가 됐던 당시 국토부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경매가 잘 진행됐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문제는 경매가 한 번 유찰되면서 ‘깡통전세’로 전락한 겁니다. 이 건물의 감정 금액은 11억3551만원이었지는데 2023년 5월 경매가 유찰됐고 그 다음 달인 6월 8억7777만원에 최종 낙찰됐거든요. 원래 감정가나 약간 떨어진 가격에라도 낙찰됐다면 국토부도 전세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겠지만 유찰로 인해 낙찰 가액이 떨어져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경매 집행 비용과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금, 금융기관 등의 채권 변제액을 다 제하니 결국 2000만원밖에 돌려받지 못한 건데요. 결국 국토부는 소송에 나섰습니다.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을 걸어서 승소 판결을 받긴 했는데요. 근데 이것도 집주인이 재산이 있어야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는 거라 떼인 금액인 4000만원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다가구주택은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운 건물이기도 합니다. 한 건물에 여러 가구가 살 수는 있지만 가구별 등기가 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건물을 담보로 한 채권 금액을 확인하려면 등기부등본에 적힌 물권은 물론 건물에 입주한 전체 세입자들의 보증금 규모를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국토부라도 집주인이 아닌 이상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국토부가 전세계약한 주택에서 깡통전세 피해가 발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거고요. 국토부는 보증금 미반환 피해를 보고 소송이라도 걸었지만 실제 피해자들은 현실적으로 소송을 거는 것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승소하면 나중에 비용을 돌려받는다고는 쳐도 일단 소송에 소모되는 비용 부담이 있으니 선뜻 나서지 못하고요. 당장 집이랑 전 재산을 잃은 상태로 밥벌이는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소송에 나서기도 어렵겠죠. 국토부도 당한 깡통전세 피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김진구 서원법무법인 변호사님에게 방법을 물어봤는데요. 안타깝게도 선순위 임차인 보증금을 시스템 상에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집주인이나 세입자처럼 당사자가 아닌 이상 집을 알아보는 제 3자 입장에서는 확인이 어렵거든요. 집주인한테 구두로 듣더라도 이게 정확한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도 없고요. 그럴 때는 주민센터를 방문하는 방법을 활용하라고 하시네요. 다만 확인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주민센터 직원분들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직원에게 “선순위 보증금을 열람해야 우리 자산을 지킬 수 있다, 임차인 보호를 위해 서면 열람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하면 주민센터 직원분이 문의해서 알아봐 줄 거라고 합니다. 또 가장 좋은 방법은 부동산 계약 시 특약 조건을 넣는 건데요. “임대인이 말한 선순위 보증금과 다를 시 계약이 무효가 된다”라는 내용을 꼭 넣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계약을 하고 확정일자를 받으면 이해 관계인이 되니까 잔금을 치르기 전 선순위 보증금과 더불어 확정일자까지 주민센터에서 열람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깡통전세 잡는다던 국토부마저 보증금을 떼인 상황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결국 내 돈은 내가 직접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기도 하고요. 변호사님이 땅집고에 말씀해주신 내용 꼭 숙지하시고 돈 떼이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겠습니다. /배민주 땅집고 기자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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