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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동안 25%나 급등한 공사비에…“비용 부담되는 초고층 재건축 싫어요”

서울경제 조회수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초고층 재건축 사업 계획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초고층 단지로 재건축할 경우 조망권 확보로 인해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 잡아 아파트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상승에 따른 조합원들의 분담금 확대 가능성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3년 동안 25%나 급등한 공사비에…“비용 부담되는 초고층 재건축 싫어요”
개포 주공 6단지 모습. /연합뉴스

개포주공 6·7단지, 공사비 상승 부담에 “49층 대신 원안대로 35층으로”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개포 주공 6·7단지는 지난해 서울시의 35층 룰 폐지에 따라 49층 재건축을 타진했지만 기존 안대로 35층 재건축안을 강행하기로 했다. 층수를 높이면 사업 기간이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개포 주공 6·7단지 조합은 오는 4월을 목표로 35층 설계안으로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도 지난 3일 ‘층수 결정의 건’에 대한 조합원 투표 결과 50층 미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지난달 성수1지구 정비계획 변경을 통해 최고 70층 높이로 재건축이 가능하도록 허가된 지역이다. 그러나 조합은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경우 공사비가 상승하는 데 비해 수익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일반분양 물량을 크게 늘리지 못할 경우 급증한 공사비는 조합원들의 분담금으로 돌아오게 된다.

3년 동안 25%나 급등한 공사비에…“비용 부담되는 초고층 재건축 싫어요”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조감도

정비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 특히 49층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경우 건축법상 초고층 건축 규제를 적용받아 가뜩이나 높은 공사비가 2배 가까이 상승한다”며 “평당 1억 원에 달하는 고가 아파트를 분양하지 않는 이상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반기 착공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도 최고 35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장은 서울시가 지난해 한강 변 아파트의 35층 높이 제한을 폐지하면서 최고 층수를 49층으로 높이는 것을 검토했다. 하지만 층수를 높일수록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사업비가 증가하는 부작용 등을 고려해 기존 설계대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원자잿값 인상과 인건비 상승 등 여파로 건설공사비는 최근 3년 연속 크게 오르는 추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해 말 153.26(잠정치·2015년 100 기준)으로 3.2% 상승했다. 2020년 말(121.80)과 비교하면 3년 새 25.8%나 치솟은 수준이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공사비가 오르면서 재건축 조합원들의 분담금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사업의 경우 현재 전용면적 111㎡를 보유한 조합원이 면적을 줄여 97㎡ 아파트를 분양받더라도 12억 원이 넘는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50㎡ 가구가 53㎡로 옮겨갈 경우 6억 3200만 원의 분담금이 부과되며 42㎡로 평형을 줄일 경우에도 3억 1300만 원의 분담금이 예상된다. 현재 조합원들은 과도한 분담금을 거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상태다.

서울 노원구 상계2구역 재개발 역시 분담금 확정 안건이 조합원 동의를 얻지 못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가구당 분담금이 1억 원 이상 늘어나면서 부담이 커진 가구가 많았던 탓이다. 상계2구역의 2022년 조합원 분양 당시 분양가는 △59㎡ 5억 5000만 원 △84㎡ 7억 7000만 원 수준이었으나 불과 1년여가 지난 뒤 분양가는 각각 6억 8000만 원, 9억 2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만큼 분담금 이슈로 재개발·재건축을 중단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너 달새 5억→4.2억…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하락

공사비 인상에 따른 조합원 분담금 부담이 늘어나면서 재건축 아파트값도 다시 꺾이는 분위기다. 특히 노원 등 노후 단지가 많은 지역의 경우 인근 아파트 가격이 크게 꺾이면서 가파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상계동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상계 주공2단지 전용 41㎡는 현재 4억 2000만 원 선에 다수 매물이 나와 있다. 지난해 말 4억 4000만 원, 4억 9000만 원에 실거래되며 5억 원에 육박하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서너 달 사이 8000만 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상계 주공2단지는 1987년 준공된 단지로 지상 15층, 23개 동, 총 2029가구 규모로 이뤄져 있다. 가구 수가 많고 노원 재건축 단지 중 사업 진행 속도가 가장 빨라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큰 곳이었다. 2022년 말 정밀안전진단을 조건부로 통과하며 재건축 큰 문턱을 넘었다. 당시 거래 가격은 41㎡ 기준 5억 9000만 원에서 6억 2000만 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 시공사와 공사비 협상이 불발되며 일정이 지연됐다. 상계2구역 조합은 지난해 9월 시공사인 대우·동부건설 컨소시엄과 평당 공사비를 595만 원으로 합의했으나 추가 분담금이 많다는 이유로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이 부결됐다. 상계동 인근 중개업소의 한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이 올랐었지만 계획이 늦어지고 조합원 추가 분담금도 늘어나면서 호가가 계속 낮아지는 분위기”라며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있다”고 전했다.

상계동 내 다른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기대감은 높지만 가격 하락 폭은 되레 커졌다. 14단지 41㎡는 2021년 8월 6억 3900만 원에 최고가를 기록한 후 최근에는 3억 원 초반대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담금이 늘어나면서 입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분위기”라며 “특히 노원구의 경우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지만 분담금이 오르고 인근 아파트 가격이 꺾이면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오르는게 없네…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비용도 상승

원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의 여파로 공사비가 급격하게 오르는 가운데 재건축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정밀안전진단 비용도 오르고 있다. 안전진단 용역을 담당하는 엔지니어링업체들의 노임단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7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 노원구는 최근 재건축 추진 단지들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비용 재산정 알림’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 따르면 300여 가구 규모인 한 단지의 정밀안전진단 비용은 지난해 9월 통보금액인 1억 5257만 원보다 3.82% 오른 1억 5840만 원으로 재산정됐다. 이 단지의 경우 2022년 5월 기준 통보받은 비용이 1억 3750만 원이었지만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15.2%나 오른 셈이다. 구는 “매년 1월 발표되는 엔지니어링 노임단가와 매년 1·9월 발표되는 정부 노임단가를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밀안전진단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비용 모금에 나선 단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2년 가까이 비용을 모금하고 있지만 아직도 목표액의 절반도 모으지 못했다”며 “비용까지 오르니 난감한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가 최근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합 설립 이후로 진단을 미루려는 단지들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재건축 사업 초기에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모아 정밀안전진단 비용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안전진단 절차를 뒤로 미루는 곳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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