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점점 더 신중한 태세로 ‘일감 선구안’을 키우고 있다. 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올해 신규 수주 목표를 대거 낮춰 잡은 것이다.
수주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워도 원가율이 높다보니 손에 쥐는 수익은 줄어들고 있어서다. 특히 원가부담이 큰 주택사업을 이미 많이 들고 있는 한 대형 건설사는 작년보다 20% 넘게 목표액을 줄였다. 미래 먹거리인 일감 곳간을 줄이면서까지 내실을 다져야 할 상황이라는 얘기다.
건설 경기 악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 수주하는 방향으로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포트폴리오 개선을 통한 ‘원가절감’, ‘선별수주’가 건설업계를 관통하는 수주전략 키워드다.
작년에도 줄었는데 올해도 목표 10조 줄여
7개 상장 대형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가 지난해 따낸 연결 기준 합산 신규 수주 규모는 총 101조4717억원이다. 2022년(107조2534억원)과 비교하면 5.4%(약 5조7800억원) 줄었다.
이 기간 7개 건설사는 연결 기준 전년 대비 22% 늘어난 96조8560억원의 매출을 냈다. 반면 엉업이익은 3조6130억원으로 11.5% 감소해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두 곳을 제외하곤 영업이익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몸집을 키워 체급은 올렸으나 체력이 따라오지 못한 모양새다.
▷관련기사: ‘큰집’ 덕 보는 건설사들, 덩치 ‘사상최대’지만…(2월7일) “차라리 예금을…” 1억 공사해 370만원 남겼다(2월8일)
이에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 중 작년 영업적자를 기록한 GS건설을 제외한 4개 상장 건설사 모두가 목표 수주액을 낮췄다.
시평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올해 수주목표를 18조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대비 6.4%, 1조2000억원 가량 낮춰 잡았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은 28조9900억원으로 작년 실적에서 10.8% 줄인 목표를 내놨고, 대우건설 역시 11조5000억원으로 전년 실적에서 12.9%를 덜어낸 목표 수주액을 써냈다.
시평 순위 5위인 DL이앤씨는 올해 목표 수주액을 11조6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작년 실적 14조8894억원에서 무려 22.1%나 낮춘 것이다. 높은 주택사업 비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원가 상승에 발목 잡힌 DL이앤씨, 올해는 다를까?(2월2일)
이들 4개 건설사가 감액한 수주 목표액 규모는 약 10조원에 달한다. 4개사 평균 12.2%를 줄인 것이다. 미래 매출을 상당 부분 포기한다는 얘기다. 이는 악화한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고금리 장기화, 경기침체,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손실을 내지 않을 사업을 더욱더 선별해 수주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DL이앤씨의 경우 원자잿값 상승 영향을 많이 받는 주택 사업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신규 수주 감소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수익성이 확보되는 일부 사업을 따내기 위한 경쟁 역시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만큼 선별수주 시 전체적인 건설사들의 신규 수주액은 더 줄어들 수 있따.
DL이앤씨 관계자는 “올해는 건설경기 부진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 선별 수주 집중하고 원가 관리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와중에 만회 노리는 ‘GS·HDC현산·삼성엔지’
반면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수주 목표액을 높였다. 특히 작년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로 10년 만에 적자 전환한 GS건설은 올해 목표 수주액을 13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6% 높여 제시했다. 작년에 전년 대비 36.6%나 줄어든 수주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다만 사고에 따른 영업정지 행정처분은 목표 달성에 변수가 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하는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그러나 주력인 화공부문 신규 수주가 쪼그라들며 목표치를 채우지는 못했다. 해외 수주액이 목표치(6조원)의 40% 수준인 2조4456억원으로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규 수주 목표액을 전년 대비 43.3% 높인 12조6000억원으로 정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지난해 일부 프로젝트 입찰 연기 등이 있었다”면서 “올해는 수주 잔고도 넉넉하고 EPC(설계·조달·시공) 연계 수주 등 수익성이 좋은 프로젝트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사업 외형이 위축됐던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이에 기반해 일감을 대폭 늘려 수익성과 외형 회복에 탄력을 붙일 계획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로 4조8529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81.2%, 2조1745억원 늘린 공격적인 수치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재무 지표들을 지속 개선해 시장 신뢰도 제고에 힘써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