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한 인공지능(AI)·반도체 관련주와 정부 시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훈풍을 맞고 있는 ‘저(低)PBR주’ 주가가 연휴 직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발표를 앞둔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로 나타날 물가와 금리 방향성은 기존 증시 흐름에 이미 반영됐을 공산이 크다는 진단이 나왔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거래일(5~8일) 동안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29.01포인트(1.1%) 올라 2620.32에 마감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18.59포인트(2.3%) 상승해 826.58로 종료됐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8일 코스피는 저PBR주 수급 유입이 반도체, 기계 업종으로 확산돼 강세를 나타냈고 외국인 순매수세가 코스닥시장으로 확산되며 대형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
코스피는 지난달 하순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을 발표한 이후 시장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후 지수는 대체로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와 주요 금융지주 등 PBR 1배 미만을 나타내는 저평가 종목을 대거 매수하기도 했다. 저평가 기업들이 주주환원 확대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코스닥에선 오픈AI 설립자인 샘 올트먼의 방한과 미국 증시에서 AI 분야를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랠리, ‘온 디바이스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출시와 맞물려 AI 테마주가 지속해서 관심을 받았다. 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 중소형주 가운데 이스트소프트, 한글과컴퓨터, 폴라리스오피스 등 중견 소프트웨어 기업과 픽셀플러스, 어보브반도체, 슈프리마에이치큐, 제주반도체, 큐알티 등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후 급등했던 AI 관련주와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높은 상위 종목 중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있었다. 하지만 에코프로, HPSP, 에코프로비엠 등 이차전지주와 반도체 소재·장비 관련주들의 약진이 지수를 떠받치며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이달 초 주요 대형주의 실적 발표가 종료된 만큼 이번 주 시장 관심은 AI와 저PBR주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 직전까지) 기존 주도(저PBR) 업종의 모멘텀은 유지됐으며 전일 이차전지에 이어 TSMC와 AI 동맹을 맺은 SK하이닉스 소식에 관련 반도체 업종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9일 방한 일정을 소화한 올트먼이 연휴 중 자체 AI 칩 생산을 추진하기 위해 7조 달러(약 9100조원) 규모 투자 유치에 나설 것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가 나오면서 AI와 AI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AI 반도체 칩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의 가치 제고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
CPI 발표에 따른 물가와 금리가 증시에 큰 변수로 작용하진 않을 전망이다.
노 연구원은 “디스인플레이션 기대 완화는 매파적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로 정점을 찍었고,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감은 물가가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지 않는 한 이미 증시에 반영된 상태”라며 “1월 소비자물가 헤드라인과 핵심(내용) 모두 전년 대비 안정을 예상하지만 물가 안정 폭이 크지 않아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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