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오는 4월 총선에서 4년 전 당선됐던 서울 용산에 출마해 5선 고지에 도전한다.
서울 용산은 보수정당이 여러 번 승리해 온 지역구이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이 위치한 지역으로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다만 용산은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지역으로 정부여당을 향한 여론이 곱지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원조 ‘친윤(친윤석열)’으로 평가되는 권 의원이 용산 지역구를 지켜내 5선 의원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 용산 지역구 후보로는 권영세 의원이 유력하다는 시각이 많다. 김정현 월간 조선일보 기자와 황춘자 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 국민의힘 용산구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출사표를 던졌지만 권 의원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권 의원이 당내 경선을 넘어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이번 총선에서 당선을 쉽사리 장담키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용산은 이태원참사가 발생한 곳으로 윤석열 정부의 대처에 대한 지역여론이 여전히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4일과 5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이태원특별법 거부권 행사에 관해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는 응답이 53%로 ‘불가피한 선택'(37%)를 두 자릿수 이상 앞섰다.
특히 이태원참사 당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권 의원의 정책특보 출신이다. 참사가 발생한 뒤 박 구청장이 권 의원에게 현장 상황을 알리는 메시지를 남겼던 사실이 보도되기도 했다.
권 의원은 1월3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태원참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경찰과 검찰의 조사 이후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용산은 제17대부터 21대까지 5번의 총선에서 가운데 보수정당 후보가 4번의 승리를 가져갔지만 매우 적은 표차로 당선됐다. 이번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더욱 어려운 이유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권 의원의 5선 도전을 막으려는 강태웅 전 서울시 행정부시장과 성장현 전 용산구청장도 지역적 기반을 바탕으로 표심을 얻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강 예비후보는 용산구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해 토박이로 평가받는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용산구 후보로 전략공천됐지만 권 의원에게 단 890표 차이로 석패하면서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성 예비후보는 용산구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해 용산구 시의원을 거쳐 용산구청장을 4번이나 역임했다.
여론조사에서 권 의원과 민주당 소속 두 예비후보의 대결을 가정했을 때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됐다.
여론조사꽃이 용산구 18세 이상 남녀 512명을 대상으로 1월10일과 11일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권 의원과 강태웅 전 서울부시장의 양자대결 시 지지도는 권 의원 32.9%, 강 전 부시장 35.7%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중도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강 후보가 45.5%로 권 의원(21%)보다 두 배 이상 크게 앞섰다.
권 의원과 성장현 전 구청장의 양자대결 조사에서도 권 의원 32.0%, 성 후보 35.1%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중도층에서 성 전 구청장(40.7%)이 권 의원(23.1%)을 17.6%포인트 앞섰다.
다만 용산에서 다양한 지역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정부여당 소속이자 정권의 핵심 인사로 꼽히는 권 의원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용산은 2003년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 21년 만에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용산역 뒤에 위치한 부지에 51조 원을 투자하는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는 2025년 착공과 2030년대 초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강로2가의 전자상가 재개발과 한남3구역 아파트 5816가구 건설, 이태원동 장문로 아파트’오피스텔’호텔 조성 등 용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용산 지역 표심이 부동산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점도 이번 총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용산 지역구는 아파트들이 집중돼있는 지역과 다른 지역의 표심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2020년 제21대 총선결과를 동별로 분석해보면 용산구 내 16개 동 가운데 청파동(56.66%)과 남영동(55.03%), 후암동(56.6%) 등 10개 동에서는 민주당 후보였던 강 전 부시장이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대표적 부촌으로 꼽히는 이촌1동(65.5%), 서빙고동(62.83%), 한강로동(57.42%) 등 6개의 동에서의 득표로 강 전 부시장 득표를 넘어섰다.
KB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용산은 2022년 5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직후 서울 집값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2023년 7월에는 2020년과 비교해 집값이 34.7% 상승해 성동구에 이어 서울 집값상승률 2위로 집계됐다. 이런 요인은 집을 소유한 용산구 주민의 지지를 이끌어 보수정당 소속인 권 의원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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