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방은행을 포함해 금융기관이 120여개가 넘는데 SBJ은행은 자산 규모로 따지면 비교할 대상이 아닙니다. 자산 규모로는 100등 정도입니다. 그런데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총자산순이익률(ROA) 같은 수익성 지표로는 전체에서 2~3위를 차지합니다. 직원 1인당 수익성은 모든 현지 은행 중에 최고 수준입니다.”
신한은행 일본법인 SBJ은행 김재민 법인장(부사장)
‘외국계 은행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 신한은행의 현지법인 SBJ은행이 선전하고 있다. 일본은 지방은행만 100여개가 있을 정도로 지역별 은행 네트워크가 촘촘한 곳으로 외국계 은행의 진출이 쉽지 않다. 일본 씨티은행도 수익성을 이유로 3년 전 소비자금융을 철수했을 정도다. 그러나 SBJ은행은 10개도 채 되지 않는 지점으로 현지 은행 중 최고 수준의 수익성 창출 능력을 뽐내고 있다. 주택론을 기반으로 한 개인대출부터 기업금융·투자은행(IB) 부문까지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문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SBJ은행 본점에서 최근 만난 김재민 SBJ은행 부사장은 ”SBJ은행의 직원 1인당 이익은 4000만엔, 우리 돈으로 4억원에 달한다”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직원 1인당 이익이 1억7700만원이다. 일본 법인이 본점보다 생산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현지 은행에서도 SBJ은행만큼 직원 한 명이 창출하는 이익이 높은 곳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SBJ은행은 지난해 업무이익(영업이익+영업외이익)이 181억엔(약 1619억원), 당기순이익은 133억엔(약 11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SBJ은행이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주택론부터 기업금융·IB까지 영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영업의 경우 SBJ은행은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투자용 주택론에 집중하고 있다. 거주용 주택론처럼 일본의 대형 은행이 자리를 잡고 있는 영역에 진출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부동산 투자를 계획하는 고객에게 컨설팅부터 대출까지 필요한 전 과정을 한 번에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을 SBJ은행의 강점으로 삼았다.
김 부사장은 “현재 SBJ은행의 인력, 자산 규모로는 현지 대형 은행과 똑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다”라며 “만약에 우리가 1년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0.25%를 준다면, 현지 대형은행은 연 0.4%를 주는데 이걸로는 승부를 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은 “그래서 우리는 리테일 부문에서 일정 자산을 가지고 투자에 전문지식이 있는 투자용 부동산을 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SBJ은행은 수익성이 높지 않은 리테일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중소기업(SME) 대출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김 부사장은 “리테일 쪽은 마진이 박한 시장이고 한계가 있다 보니 대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기업대출을 최근 3년간 집중했다”라며 “마진이 적은 대기업보다 SME 시장에 집중하면서 기업대출이 전체 대출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까지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SBJ은행은 투자은행(IB) 업무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메가뱅크들과 신디케이트론에 참여하는 등 투자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의 금융기관이 대주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기업에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이다. 특히 SBJ은행은 신한리츠 등 그룹 계열사와 함께 일본 부동산 투자도 진행할 예정이다. 상업용 부동산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안정성이 담보된 레지던스에 600억~7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BJ은행은 디지털 자회사 ‘SBJ DNX’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DNX는 신한은행의 노하우가 집약된 뱅킹시스템을 개발해 다른 금융사에 판매하고 있다. 일본의 카카오뱅크로 불리는 UI뱅크도 DNX가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을 구축해 준 회사다. 일반 정보기술(IT) 개발회사에 비해 DNX는 금융에 대한 이해도와 노하우가 있다는 강점이 있다.
김 부사장은 “일본 지방은행이 연간 뱅킹시스템을 돌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평균 50억엔(약 447억원)인데 뱅킹 시스템에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율이 굉장히 낮다”라며 “전문 개발업체에 뱅킹시스템 외주를 주는데 비용이 많이 들고 급격히 변하는 금융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부사장은 “DNX는 한국, 미국, 베트남 등에서 이미 10년 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뱅킹시스템을 조금만 변형해 (의뢰 은행에) 시스템을 줘 개발비용이 적다”라며 “안정성이 보장되고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게 강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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