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서울경제 조회수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 6일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 1박2일의 방한 일정을 소화하고 지난 7일 미국 디트로이트로 돌아갔다. 2016년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지만 그의 방한 목적과 동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국내 업계를 통해 바라 회장이 삼성과 LG그룹의 배터리·전장 부문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는 소식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LG화학이 GM과 25조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두 회사는 이미 2022년 7월 양극재 공급을 위한 포괄적 협의를 맺은 바 있다. 시장이 놀랄 만한 깜작 뉴스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라인업. GM은 2035년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 사진제공=GM 홈페이지

바라 GM 회장은 왜 한국을 찾았을까. GM과 한국 배터리·전장 기업들 간 동맹 강화가 목적이었다면 너무 재미없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미국 오하이오주·테네시주·미시간주 등 3곳에서 배터리 합작 공장을 가동하거나 건설 중인 건 다 알려진 얘기다. 삼성SDI(006400)와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2026년 가동을 목표로 배터리 합작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 동맹을 바탕으로 GM이 삼성·LG 계열사들과 차량용 반도체·카메라·디스플레이 등과 같은 전장부품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나가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정도 주제는 바라 회장이 굳이 한국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궁지에 몰린 바라 회장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이라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그의 방한 목적을 이해하려면 현재 미국 GM 본사와 바라 회장이 처한 상황을 이해 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취지다.

전기차 판매 부진에 ‘하이브리드 출시’ 압박…바라 회장 “PHEV 판매하겠다”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메리 바라 GM 회장이 지난 2022년 열린 ‘CES 2022’ 온라인 기조연설에서 GM의 미래차 기술 전략을 소개하며 쉐보레 실버라도 전기차(EV)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GM

바라 회장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2016년 취임 후 GM의 전기차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는데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스텝이 꼬였다. 바라 회장은 지난달 30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며 “북미 지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재출시하겠다”고 말했다. 2035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출시하고 하이브리드는 투자하지 않겠다던 기존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바라 회장은 올해 전기차 생산 목표량도 40만대에서 20~30만대 수준으로 낮췄다.

‘전기차 전도사’였던 바라 회장이 PHEV 재출시를 결정한 건 현실적 이유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선 내부 반발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로 GM 내부에서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차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경쟁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GM 자문위원회에 소속된 딜러들이 최근 몇 차례의 회의에서 경영진에게 GM 라인업에 하이브리드차를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 더 비싼 데다 정기적인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와 기존의 내연기관 차량 사이에서 ‘중간 지대’를 찾는 고객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美 연비규정 강화에 벌금만 수천억원…전기차 전환 속도 더 늦어지나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GM의 트럭·SUV 브랜드 GMC가 개발한 전기 픽업 트럭 ‘허머 EV’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화된 연비 규정과 같은 외부 요인도 GM의 PHEV 재출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가 해당 연도에 생산하는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규제하는 정책으로 차종별 연비와 판매대수를 집계해 산출한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는 완성차 제조사는 평균 리터당 21km의 연비를 충족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 제조사는 벌금이 부과된다. CAFE 미준수에 따른 벌금을 피하려려면 미국 내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늘려 기준 이상의 평균 연비를 달성하거나 테슬라처럼 배기가스 배출권이 풍부한 기업으로부터 배출권을 사들이는 방법 밖에 없다. 전기차 전환이 지연되는 데다 다른 경쟁사와 달리 PHEV와 같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GM으로선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GM이 지난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NHTSA로부터 1억 2820만 달러(약 1700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현재와 같은 라인업으론 매년 연비 규정 미준수로 수천억원의 벌금을 내거나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면서 “GM이 현 상황에 직면한데는 전기차 올인 전략을 편 바라 회장의 책임도 있기 때문에 PHEV 모델을 하루라도 빨리 출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PHEV 배터리 용량은 전기차의 10% 수준…K-배터리, ‘이건 아니잖아’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 1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문제는 GM이 PHEV 모델에 집중할수록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점이다. LG엔솔과 삼성SDI는 GM의 전기차 전환 계획에 맞춰 북미 지역에 대규모 배터리 합작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다. 하나 같이 수조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투자다. 바라 회장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연비 규정 때문에 한시적으로 PHEV 모델을 재출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강화된 연비 규정이 그대로 있고, 전기차 수요가 계속 부진할 경우 GM이 벌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PHEV 차종을 계속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판매 지역이 현재는 북미 지역으로 한정됐지만 시장 수요에 따라 확장될 수도 있다. 그만큼 GM의 전기차 전환 속도는 더욱 늦어지고 국내 배터리 기업에 피해가 누적될 수 있다. PHEV 모델에도 배터리가 탑재돼지만 순수전기차 배터리 용량의 10~20%에 그친다. GM이 향후 생산할 PHEV 모델에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다고 해도 국내 배터리기업들에겐 ‘언발에 오줌 누기’ 수준이다.

리더십 타격 바라 회장, 전기차 전환 계속 간다

궁지 몰린 '전기차 전도사' 매리 바라 GM 회장…그래도 기댈 곳은 K-배터리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조감도. LG화학은 2035년까지 GM에 50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한다. 사진제공=LG화학

업계에선 바라 회장이 한국을 찾은 배경에 이런 복잡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GM이 PHEV 모델을 출시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2035년 완전한 전기차 전환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재확인 하기 위해 방한한 것이란 추측이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기존에 약속한 것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배터리 파트너사들과 공유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것이다. 바라 회장의 방한 기간 중 유일하게 외부로 알려진 LG화학과의 양극재 공급계약이 대표적 사례다. 두 회사는 최근의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앞으로 전기차 판매가 다시 늘어날 때를 대비해 원활한 배터리 공급을 위해 이번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50만톤 이상의 양극재를 GM에 공급할 예정이다. 고성능 순수 전기차(주행거리 500km 이상) 5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공교롭게도 GM의 2035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목표와 일치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연비 규정 벌금 때문에 그동안 전기차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던 바라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일부 있었다”면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한국을 찾은 건 2035년 완전한 전기차 전환이라는 기존 목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AI 추천] 랭킹 뉴스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AI 추천] 공감 뉴스

  • “빠르고 강력한 EV9 등장에 국내외 발칵!” 기아 EV9 GT 출시 예고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플랫폼·콘텐츠 고르게 성장한 카카오…'카카오톡'·'AI' 주력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당신을 위한 인기글

  • 2조5천억 들여 디즈니랜드 아성 넘본다는 새로운 美 테마파크…실현 가능성은?
  • 이성자의 은하수
  • 스칸디나비아 자연주의 디자인의 정수
  • 나만의 바다를 지켜내는 법
  • “EV6 베꼈네!” 전고체 배터리 달고 현대기아 이긴다는 차세대 전기차
  • “오토홀드 맹신하다 봉변!” 벤츠 전기차 건물로 돌진해 4명 부상
  • “아파트 단지 지나는데 통행료?” 부산시 남구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연
  • ‘방치했다가 대참사’.. 겨울철 자동차 필터, 무시했다간 목숨도 위험?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주행거리 늘었는데 “가격은 내려갔다”… 무려 890만 원 저렴해진 전기 SUV

    차·테크 

  • 2
    에이티즈, 미니11집 음방 활동 성료...연말에도 금빛 질주

    연예 

  • 3
    12월 첫 시험비행 한국형 ‘상륙공격헬기’ 작전 능력은 어떻게 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뉴스 

  • 4
    대한항공, 파죽의 4연승…현대 제치고 남자배구 1위

    스포츠 

  • 5
    방탄소년단 진, 회전목마 타고 진행 '팬 이벤트' 성료

    연예 

[AI 추천] 인기 뉴스

  • 구글,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 8a' 공식 출시
  • 尹대통령 “부총리급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교육·노동·복지 등 사회부처 이끌게 할 것”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 현대모비스, 울산 전기차 부품공장 만든다...900억원 투자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지금 뜨는 뉴스

  • 1
    로제, 브루노 마스와 피자 데이트 한창…"넘버 원 걸"의 특별한 밤

    연예 

  • 2
    “에드먼은 다저스와 완벽하게 어울려” 한국계 29세 멀티맨은 예비 FA…연장계약이 보인다? 논의 시작

    스포츠 

  • 3
    “송혜교 얼굴로 만들어 주세요” … 세계가 반했다

    연예 

  • 4
    대법원 판례에도…창진원 “10억 국고 손실 청구 어려워”

    뉴스 

  • 5
    [2024 LA오토쇼] 글로벌 완성차 전동화 각축전

    차·테크 

[AI 추천] 추천 뉴스

  • “빠르고 강력한 EV9 등장에 국내외 발칵!” 기아 EV9 GT 출시 예고
  • ‘나혼산’ 안재현+안주=76.55kg, 다이어트 시작 “결전의 날이 왔다"
  • 윤 대통령 "국민소득 5만달러 꿈 아냐…복지·시장정책 하나로"
  • 플랫폼·콘텐츠 고르게 성장한 카카오…'카카오톡'·'AI' 주력
  • 합리적인 가격으로 메리트 높아지는 '현대 테라타워 구리갈매'
  • 현대차 美 합작사 모셔널, 인력 줄이고 자율주행 상용화도 연기

당신을 위한 인기글

  • 2조5천억 들여 디즈니랜드 아성 넘본다는 새로운 美 테마파크…실현 가능성은?
  • 이성자의 은하수
  • 스칸디나비아 자연주의 디자인의 정수
  • 나만의 바다를 지켜내는 법
  • “EV6 베꼈네!” 전고체 배터리 달고 현대기아 이긴다는 차세대 전기차
  • “오토홀드 맹신하다 봉변!” 벤츠 전기차 건물로 돌진해 4명 부상
  • “아파트 단지 지나는데 통행료?” 부산시 남구에서 벌어진 황당한 사연
  • ‘방치했다가 대참사’.. 겨울철 자동차 필터, 무시했다간 목숨도 위험?

추천 뉴스

  • 1
    주행거리 늘었는데 “가격은 내려갔다”… 무려 890만 원 저렴해진 전기 SUV

    차·테크 

  • 2
    에이티즈, 미니11집 음방 활동 성료...연말에도 금빛 질주

    연예 

  • 3
    12월 첫 시험비행 한국형 ‘상륙공격헬기’ 작전 능력은 어떻게 되나[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뉴스 

  • 4
    대한항공, 파죽의 4연승…현대 제치고 남자배구 1위

    스포츠 

  • 5
    방탄소년단 진, 회전목마 타고 진행 '팬 이벤트' 성료

    연예 

지금 뜨는 뉴스

  • 1
    로제, 브루노 마스와 피자 데이트 한창…"넘버 원 걸"의 특별한 밤

    연예 

  • 2
    “에드먼은 다저스와 완벽하게 어울려” 한국계 29세 멀티맨은 예비 FA…연장계약이 보인다? 논의 시작

    스포츠 

  • 3
    “송혜교 얼굴로 만들어 주세요” … 세계가 반했다

    연예 

  • 4
    대법원 판례에도…창진원 “10억 국고 손실 청구 어려워”

    뉴스 

  • 5
    [2024 LA오토쇼] 글로벌 완성차 전동화 각축전

    차·테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