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서울 지하철역 2호선 성수역 주변은 활기가 넘쳤다.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과 성수동 카페거리를 활보하는 20~30대 젊은이들이 뒤섞이면서 이곳이 ‘변화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했다. 주거와 업무 지구, 리테일 상권이 혼재돼 있어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된 분위기를 풍겼다.
업무지구로서의 성수동은 과거 ‘강남업무지구(GBD) 배후지’ 역할로만 주목받았다. 강남과 직선거리로 2㎞에 불과하고 선릉역과 지하철 4정거장(10분) 밖에 걸리지 않는 등 접근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은 특색 있는 ‘독자적 신흥업무지구’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실제 이날 둘러본 성수동에는 신축 오피스 공사현장이 유독 많았다.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으로 오피스 빌딩이 들어서고 있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최고조에 달한 요즘 시장 분위기와는 딴판인 모습이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서비스 기업 알스퀘어에 따르면, 향후 4년간 성수 권역에는 지식산업센터를 포함해 약 20만 평의 업무시설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오피스 빌딩 공급에 집중돼 있다.
오는 3월에는 ‘팩토리얼 성수(연면적 6387평)’가 공급된다. 이곳은 일찌감치 이지스자산운용의 스마트형 오피스 빌딩으로 입소문이 났다. 성수역 4번 출구에서 나와 보니 도보로 2분 거리에 있었다. MZ세대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통하는 무신사 테라스(복합문화공간) 건물과 대각선으로 마주 보는 위치였다. 팩토리얼 성수는 하얀 물결무늬 외벽 사이사이로 통창이 어우러져 독특한 외관을 형성했다. 사다리차 운반구에 탑승한 몇몇 근로자들이 통창 주변을 점검하고 있었다.
오는 2026년 공급되는 삼원 PFV 오피스(1만290평)와 2027년 공급되는 한국지엠부지오피스(1만8350평)도 성수의 ‘초대형 오피스 시대’를 이끌고 갈 건물이다. 두 개의 오피스 빌딩은 성수역을 기점으로 북측 반경 1㎞ 지점(약 도보 13분)에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삼원 PFV 오피스는 SK텔레콤 성수 사옥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특히 주변에는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와 자동차 공업사 및 수리시설 등이 촘촘히 들어서 있어, 카페 거리와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유동 인구도 많지 않았고 이따금 작업복을 입은 회사원들이 단체로 오갔다. 성수동 소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성수2가 3동은 준공업지역으로, 1960년대부터 자연 발생적으로 형성됐다. 이후 비슷한 업종이 몰리면서 큰 공업지구가 됐다”라며 “이러한 공장들이 대거 지식산업센터로 최근 변신하고 있다”라고 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는 2027년 성수 이마트 부지에 들어서는 ‘K-P JOECT 복합시설(약 6.5만평)’이야말로 초대형 오피스 시장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건물의 75%는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 임차할 예정이다. 이날 직접 찾은 공사 현장은 하얀색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내부가 보이질 않았다. 다만 부지가 접하고 있는 뚝섬로 아래쪽엔 성수전략정비구역(주택 재개발)이 펼쳐져 있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업무 지구로서의 영향력을 본다면 성수동은 조만간 가산 디지털 단지나 영등포 지신산업센터 보다 월등히 뛰어난 가치를 갖게 될 것”이라며 “지하철 2호선은 물론 강변북로와 올림픽도로 접근성도 높아 업무시설(사무실)로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실제 성수권역은 주요 업무지구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성수동의 지난해 2분기 공실률은 5.8%로 명동(14.3%), 홍대(15.9%), 강남(19.2%), 가로수길(36.5%) 등과 비교해 훨씬 낮았다.
임대료도 꾸준히 상승했다. 알스퀘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평당 21만1000원이었으나 2023년 평당 29만 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4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진원창 알스퀘어 빅데이터컨설팅 이사는 “최근 2년 사이에 공급된 주요 신축 오피스들이 임대료 상승을 주도했다”면서 “현재 성수 권역 임대료는 주요 오피스 권역의 70~80% 수준인데, 신규 오피스 공급의 직접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3년 후에는 업무 권역으로서의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임대료 상승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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