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첫 해 탄탄한 이익체력을 바탕으로 상생금융 확대를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은행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관련 비용은 금융지주들의 순이익 등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KB금융지주는 2023년 민생금융 지원 비용과 충당금 등을 보수적으로 반영하고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8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KB금융지주는 2024년에도 높은 순이익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키움증권, SK증권, 현대차증권 등은 이날 일제히 KB금융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고 2024년 연결기준 순이익 증가율을 10~12% 수준으로 예상했다.
KB금융은 2023년 연결 순이익이 11.5% 늘어난 4조6319억 원을 보였는데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이 기대되는 것이다.
KB금융은 지난해 영업이익 성장률도 역대 최대 수준인 17.8%를 보였다. 경영효율성 지표인 영업이익경비율(CIR)은 약 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룹 충당금은 3조 원대로 적립해 2022년보다 70%가량 늘렸다. 충당금은 미래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수익의 일부를 미리 쌓아두는 것이다.
이렇게 안정적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양 회장은 상생금융 행보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이미 2023년 4분기 실적에 올해 실시하는 민생금융 지원비용 3721억 원 가운데 3330억 원을 반영했다. 1분기 집행하는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이자환급 프로그램 비용(3005억 원)을 넘는 액수다.
KB금융은 이밖에도 2024년 상생금융부분에서 자영업자 경영난 극복을 위한 상생지원 프로그램에 600억 원(2025년까지), 늘봄학교 등 돌봄기관 확충에 500억 원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금융은 양 회장 취임 뒤 첫 실적발표에서 2024년 핵심 경영방향으로 상생과 공존을 위한 ESG경영 실천을 크게 내걸었다. KB금융은 해마다 4분기 실적발표 IR에서 ‘Key Takeaways’ 섹션을 통해 한 해의 핵심 경영계획을 내놓는다.
2022년에는 비이자 사업 강화, 디지털플랫폼 경쟁력 확보를 내걸었고 2023년에는 그룹 자산성장 전략과 초과자본의 적극적 주주환원 등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경영의제인 ‘상생과 공존을 위한 ESG경영’은 양종희 체제 KB금융의 방향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7일 실적발표 뒤 콘퍼런스콜에서 “2024년 상생금융 활동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회사는 금융 본업의 역량을 활용한 상생 노력과 사회기여 활동 노력을 속도감 있게 전개 하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 취임 때부터 상생금융을 제1과제로 내걸었다.
양 회장은 업계를 이끄는 리딩금융지주로 상생금융에 앞장서야 한다는 기조를 보여왔는데 실적 증가세로 상생금융 추진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KB금융은 주요 계열사 KB국민은행이 홍콩 H지수 ELS 상품 최대 판매사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KB금융은 잉여자본여력이 가장 큰 만큼 장기적으로 주주환원 확대를 기대하기 충분하다”면서도 “다만 홍콩 ELS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단기적으로 공격적 주주환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KB금융은 이에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가 200억 원 증가에 그쳤고 배당성향이 하락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바라봤다.
양 회장은 고객’사회와 상생, 공존을 강조해오기도 했다.
양 회장도 올해 1월 시무식에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KB고객의 범주에 사회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민 KB국민은행 부행장은 7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현명한 대처와 고객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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