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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지난해 약 15조 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15조 7312억 원)에 다소 못 미치지는 성적표다. 당초 16조 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생금융’ 비용을 비롯해 대규모 충당금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대기업 대출이 안전판 역할을 한 가운데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들이 지상 과제였던 비이자이익에서 고르게 성장하며 방파제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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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연간 실적을 발표한 신한금융과 앞서 실적을 내놓은 KB금융(105560)·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총 순이익은 14조 96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이 4조 6319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4조 3680억 원), 하나(3조 4516억 원), 우리(2조 5167억 원) 순이었다.
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실적에 대해 대규모 충당금과 민생 금융 지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은행권의 ‘골칫거리’였던 비이자이익이 증가하며 실적 방어에 ‘효자 노릇’을 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된 KB금융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16%에서 25%로 큰 폭 개선됐다. 비이자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 이익(3조 6735억 원)이 같은 기간 4.5% 증가한 덕분이다. 신한금융도 비이자이익이 비중이 같은 기간 17.6%에서 24.1%로 늘었다. 지난해 비이자이익 증가 폭은 전년 대비 무려 51.0%에 달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11.4%에서 17.6%로 개선됐다. 비이자이익 증가 폭은 65.3%로 4대 지주 중 가장 컸다. 반면 우리금융은 오히려 비이자이익 비중이 11.6%에서 11.1%로 후퇴했다. 3위 하나금융과의 비이자이익 격차는 8100억 원가량 벌어졌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전체 순이익 측면에서도
2조 5167억 원으로 하나금융과 1조 원 가까이 벌어졌고 메리츠금융지주(2조 1333억 원)와의 격차는 3000억여 원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증권·보험사가 없는 만큼 순이익의 99%를 이자이익에 기대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탓이다.
금융지주의 핵심 먹거리인 이자이익 부문에서는 기업 대출이 실적의 지렛대 역할을 했다. 금융 당국의 엄격한 가계부채 관리 기조에 이자 마진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을 늘렸던 것이다. 신한금융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을 전년 대비 6.6% 늘렸다. 하나금융도 가계대출은 줄인 반면 대기업 대출은 31.5% 확대한 25조 8400억 원, 중소기업 대출은 10.4% 늘린 132조 893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자 수익률이 높은 기업 대출 비중 확대로 이자 마진 하락 방어에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실적의 또 다른 특징은 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들의 부진이 도드라졌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그룹 당기순이익 중 비은행 부문 기여도가 35%로 전년 대비 4%포인트 내렸다. 2년 전과 비교하면 7.4%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캐피탈과 하나카드의 연간 순이익이 각각 27.4%, 10.9% 감소한 2166억 원과 1710억 원에 머물렀다. 카드사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KB국민카드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비용 증가와 연체율 상승으로 순이익이 7.3% 감소한 3511억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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