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사님 설 떡값 일 인당 얼마씩 내주시면 됩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당황스러운 사연인데요. 설 명절을 앞두고 운동센터 수영 강습장의 강사에게 회원들이 명절 떡값과 선물을 드리기 위해 돈을 걷는다는 이야기였죠. 심지어 다른 회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떡값을 요구했다는데요. 사연자는 왜 돈 내고 수영을 배우는데 사비까지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죠.
해당 사연에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며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 가운데서 회원들이 각출한 ‘떡값’을 받는 강사님이 부럽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설 명절 ‘떡값’을 받지 못했다며 한탄하는 목소리까지 말이죠.
그런데 이 ‘떡값’ 도대체 언제부터 나온 말일까요?
‘떡값’의 유래, 진짜 ‘떡’에서 나온 걸까?
흔히들 ‘명절 떡값’이란 뜻으로 쓰이는 ‘떡값’은 설날과 추석 연휴 전에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명절 휴가비’를 일컫는데요. 명절에 고향을 갈 때 떡을 사서 가야 하니 떡을 구매하는 값에 보태어 쓰라는 의미로 ‘떡값’이라고 불렸다고 하죠.
이 ‘떡값’을 주고받게 된 유래에는 여러 설이 존재합니다. 해당 어원이 일본에서부터 흘러왔다는 설도 있으나 국립국어원은 이를 정정하기도 했는데요.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권 당시 박봉에 시달린 공무원들을 위한 소액의 상여금인 ‘효도비’가 방앗간에서 떡을 맞추면 딱 알맞을 정도의 소액이라 ‘떡값’이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나왔죠.
이 ‘떡값’은 어느 순간 ‘뇌물’의 의미로도 통용됐는데요.
‘떡값’이나 떡을 뇌물이나 권력에 비유해 언급된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이후락은 박 전 대통령이 로비나 상납을 통해 받았던 정치자금을 관리하면서 자기 주머니를 채웠죠.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사망 이후 군부 세력에 의해 부정축재자로 몰리게 되자 이를 합리화하기 위해 ‘떡’을 등장시켰는데요. 바로 “떡 장수가 떡고물도 안 흘리고 어떻게 떡을 주무르겠습니까”라는 말이었죠. 이 이후로 ‘떡고물’, ‘떡값’ 등이 ‘뇌물’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되게 된 건데요. 이후 정치계와 검찰에 보낸 떡값 금품 내용이 담긴 ‘안기부 X파일’이라고 불리는 녹취록을 통해 ‘떡값’은 뇌물이란 뜻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지난 요즘, 유력 정치인들이나 재력가에게 오가는 금품은 ‘김영란법’ 도입 등으로 분위기가 많이 바뀌면서 ‘떡값’의 부정적인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이 됐는데요.
흔히들 요즘 ‘떡값’은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에 명절이라도 조금 풍요롭게 보내고자 나눈 ‘한국식 정’의 표현 정도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설 명절 ‘떡값’은 얼마?
하지만 이제는 이 ‘떡값’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로 구분되며 불만과 비교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앞서 설명한 ‘강사님 떡값’처럼 말입니다.
흔히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라고 불리며 이맘때 ‘명절 떡값 내역’, ‘명절 상여금 내역’ 등으로 편집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곤 하는데요. 어려워진 경제 탓에 ‘떡값’이 사회적인 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셈이죠.
대기업은 따로 ‘떡값’이라고 불리는 지급액이 있는 건 아닌데요. 다만 연초와 추석 즈음에 나오는 성과급 혹은 상여금이 ‘명절 떡값’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죠. 어마어마한 성과급 액수에 올 한해는 풍족하게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죠.
아니면 연봉에 상여가 포함된 경우도 있는데요. 공무원 또한 명절 휴가비가 기본급이 60%로 명시돼 있습니다.
설 연휴를 앞두고 대기업 상여금에 대한 소식은 기사로도 여럿 접했는데요. 삼성 하이닉스는 기본급 50%에 추가 200만 원, 주식 15주를 삼성전자 MX부문은 연봉의 50%를 받았죠. LG 에너지 솔루션은 기본급의 340~380%를, GS 칼텍스는 연봉의 40%를 성과급으로 제공됐습니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매출은 늘었는데 성과급이 줄었다며, 산정 방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이야기가 많았죠.
‘떡값’이 뭐죠? 중소기업의 한탄
그러나 성과급을 받는 것도, 금액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것도 딴 나라 이야기인 곳이 더 많은데요.
중소기업이나 일반 기업체는 초라한 성과급과 명절 선물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받은 명절 선물과 ‘떡값’을 공유하며 한탄하기도 하죠.
설을 앞두고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2024년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한 기업은 41.8%에 그쳤는데요. 별도의 상여금을 지급한 적이 없는 기업도 29.3%에 달했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2024년 설 휴무 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요. 300인 미만 중소기업 3곳 중 1곳이 설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죠. 지난해에는 설 상여금을 지급했지만, 올해 지급하지 않는 기업도 많았는데요. 이들은 그 이유로 ‘기업 지급 여력 약화’를 꼽았습니다.
즐겁고 풍요롭기만 했으면 좋겠는 설 명절. 부디 조금 더 나아진 2024년 갑진년이 되길 소망하며,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마음으로 ‘떡값’을 마주하지 않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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