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신안 해상에서 전복돼 사망·실종자 9명이 발생한 청보호 전복 사고가 최근 1주기를 맞은 가운데 당시 수습 책임자 박우량 신안군수가 사고 반나절 만에 국회의원·군의장 등을 상대로 횟집에서 접대비를 지출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군수는 다음 날에도 ‘근무자 노고 격려’를 이유로 고깃집에서 업무추진비 수십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아주경제가 신안군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검토해보니 박 군수는 지난해 2월 5일 낮 목포시 소재 A횟집에서 12만9000원을 지출했다. 이 자리에는 박 군수, 서삼석 국회의원(전남 영암·무안·신안), 김혁성 신안군의회 의장 등 5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안군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는 해당 횟집 접대비 집행 목적이 ‘신안해상 어선전복사고 대책회의’라고 기재돼 있었다. 이에 대해 신안군은 해당 지출은 어선전복사고 대책회의를 마치고 관계자 격려 목적으로 집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군수는 다음 날인 6일 낮에도 ‘신안해상 어선전복사고 대책본부 근무자 노고 격려’ 목적으로 관내 B고깃집에서 49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회 사용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 기본 한도 50만원에 살짝 못 미치는 금액이다.
선원 12명이 탑승한 청보호는 지난해 2월 4일 밤 11시 17분께 신안 앞바다에서 전복됐다. 3명은 사고 직후 구조됐고 9명은 실종돼 긴급 수색에 나섰다. 해경은 사고 발생 사흘 만인 6일 수중 수색을 통해 선내에서 실종자 5명을 수습했지만 사망한 상태였다. 해상에 표류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 나머지 4명은 끝내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 수습을 종결했다.
문제는 박 군수가 횟집과 고깃집에서 접대비와 회식비를 지출한 5일과 6일 낮은 어선 전복사고 실종자 9명의 생존 골든타임으로 실종자 무사 귀환을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하는 긴급한 시점이라는 데 있다.
해경 등 구조 당국은 사고 초기 실종자 상당수가 선체에서 이탈해 바다에 표류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바다에 표류한 실종자가 생존 가능한 골든타임을 사고 발생 후 최대 약 36시간, 즉 6일 낮까지로 판단했다.
신안군 지역사고수습본부의책임자로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 실종자 무사 귀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모든 사활을 걸어야 할 박 군수의 인식이 한가하고 안이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고 수습 관계자에 대한 격려 차원의 업무추진비 지출은 구조를 완전히 끝내고 해도 되기 때문이다.
신안군은 해당 건은 통상적 업무추진비 집행으로 특별히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안군 관계자는 사고대책회의 목적으로 횟집에서 업무추진비를 지출한 이유를 묻자 “군수, 서삼석 국회의원, 김혁성 의장 등이 참석한 자리로 신안해상 어선전복사고 대책회의와 목포해양경찰서 브리핑을 마치고 참석자와 함께 격려 차원에서 목포시 소재 상호가 횟집인 식당에서 진행한 통상적 업추비 집행”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고깃집 직원 회식에 대해선 “사고 수습을 위해 밤샘 근무한 근무자를 위해 격려 차원에서 식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군수의 행태는 또 다른 사고 수습 책임자였던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행보와 대비된다. 김 지사는 청보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자 예정된 전라남도의회 만찬 회동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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